日 AIIB 가입 기금 1조6000억원 출연

입력 2015-04-09 02:37
일본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사실상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의 AIIB 제출 문서 초안을 입수해 일본 정부가 AIIB 참여를 전제로 15억 달러(1조6300억원) 상당의 기금 출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이는 500억 달러(55조6250억원)를 출연한 중국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 출석, “일본이 참가를 표명하게 되면 1000억엔 단위의 출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AIIB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주요 각료와 정부 공식 문서를 통해 출자액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아소 다로 재무상도 전날 국무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6월 베이징에서 양국이 경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일본의 AIIB 참여도 의제 중 하나”라고 밝혀 AIIB 참여를 시사했다.

일본 정부가 AIIB에 참여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영국 등 50여개국이 참여를 결정한 상황에서 더 이상 경제적 실리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과의 공동 보조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중국 측에 AIIB 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6월까지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이 많은 기금을 출연하는 것에 비해 이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중국과 일본은 6월 6일 양국 재무장관회담을 열어 일본의 AIIB 참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 간 재무장관회담 개최는 약 3년2개월 만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