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김관용 경북도지사] “민족문화·혼 되살리는 실크로드 축전, 北 동참 기대”

입력 2015-04-10 02:45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7일 경북도청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실크로드 축전은 우리가 한때 잊고 살았던 문화와 혼, 자존심을 회복하는 대장정”이라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구미시장 3선과 경북지사 3선을 하며 20년가량 경북을 챙겨온 ‘지방 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 김 지사에게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으나 한 가지를 묻자 나머지 듣고 싶은 말까지 한꺼번에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경주 실크로드, 물포럼, 독도 문제, 새마을운동 등 여러 주제를 하나로 스토리처럼 연결해 설명했다. 그의 경험과 관록, 내공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는 지방을 넘어 더 큰 행정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 지사를 지난 7일 경북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경주실크로드 대축전은 어떤 행사인가.

“실크로드 축전은 출발 자체가 문화 정체성, 문화 주권에 관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고구려 평양, 신라의 경주, 당나라의 장안, 페르시아 이스탄불까지 중아아시아의 길이 2만1000㎞, 5만리 대장정이다. 우리 선조들이 1000년 전에 거기를 갔다. 그동안 우리가 워낙 못살아 신경을 못 썼지만 지금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가보자는 의도로 시도했다. 문화를 상품화·비즈니스화해서 국제무대에 나간 것은 우리가 최초다. 동로마의 수도와 신라의 수도가 만나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만나고,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지정학적인 위치와 역할이 있다. 문화를 통해 인류 공영·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고 이스탄불 시장과 당시 터키 총리(현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말했다. 당시 이스탄불 총리도 공감했다. 코리아에서 출발해서 아시아의 기착과 종착지라고 해서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문화의 동질성을 가지고 끌어낸 것이 실크로드 대장정이다.”



-실크로드 대축전이 북한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고구려의 수도는 평양, 신라의 수도는 경주라는 의미가 있다. 개성도 고려시대 개성이다. 정치를 벗어나 역사와 문화로 소통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참여해 역사와 조선, 남북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유라시아 철도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혜초 고승도 일생을 거기서 바쳤다. 그때는 교통수단도 없고 사막이니까 모래바람이 불면 다 묻힌다. 그 길을 따라 전국 77명 대학생들이 탐험대를 만들어 문화적인 역사 대행진을 한 것이다. 평화·문화의 정체성·민족의 자존심 등을 살리고, 지금 청소년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대구와 경주에서 물포럼 행사가 열리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세계 72억 인구 중 물 부족으로 10억명이 고통 받고 있다. 우리도 물 스트레스 국가다. 세계적으로 하루 6000명 어린이가 오염된 물 때문에 죽는다. 세계 물 시장 규모가 현재 5600억 달러(611조2400억원)다. 우리도 91억 달러(9조9300억원)다. 댐, 상하수도 등도 세계 9위나 된다. 하지만 전부 국내용이고 수출은 0.3%밖에 안 된다. 그래서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이번 물포럼에 과학 비즈니스, 과학 기술 분야를 넣은 거다. 필터, 댐을 막는 방법, 바다 담수화, 암반수 개발 등 이런 기술 개발 현장을 포럼에 갖다 놓으라고 했다. 전에 없던 세션이다.

또 170개국에서 3만500명의 VIP가 온다. 나도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물포럼 이후에는 선진국과 격을 같이할 수 있고, 국가 브랜드가 달라진다. 난 나중에 파생되는 비즈니스에 집중하려 한다.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일본 도레이를 유치해 벌써 4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오염에는 필터가 생명인데, 카본을 중심으로 한 필터 전진기지로 만들자고 설득해 유치했다. 이것이 승부처다. 19세기는 골드 시대, 20세기는 석유, 21세기는 물의 시대다.”



-아프리카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하는 데도 관심이 많던데.

“아프리카의 새마을운동도 결국 물이다. 벼농사도 우리 지도자가 가면 6배를 생산해 낸다. 처음 아프리카에 가니까 현지 장관들이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돈을 두고 가라고 하더라. 그렇게 하면 그들이 돈을 다 먹을 거 같더라. 새마을운동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고 마을에 가서 조직을 만들고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줬다. 몇 번 가니 반응이 대단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환영하며 맨발로 뛰는데 땅이 흔들리는 것 같더라.”



-독도와 관련해 일본이 또 외교청서 등으로 도발하는데 대응방안은 있나.

“일본도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외교적인 문제인데 지방에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 중앙정부는 엘리트 외교를 하고 현장·생활 외교는 지방에 맡겨야 한다. 분쟁 시 지방정부에서 거칠게 나가도 괜찮다. 입도지원센터도 재난·해일 때 국제선박의 피난처를 짓는데 일본이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방정부가 그냥 지으면 된다. 금방 내일 답을 낼 것처럼 서두르거나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1500년 전 문제인데 급하게 단판을 지으려 하니 안 된다. 제일 무서운 것은 교육이다. 젊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긴장해서 대처해야 한다.”



-도청 이전은 잘되고 있나. 경북 오지로 옮기던데.

“아주 멋있게 지었다. 깜짝 놀랄 것이다. 기와로 지어서 문화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위치가 위도 36도로 대전, 세종시와 같다. 세종시와는 107㎞ 떨어져 있다. 딱 허리다. 개발 축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화 융성 시대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할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과 연계해 명품 도청을 만들었다. 콘셉트를 전통으로 정하고 상량식도 했는데 나무로 다 하면 너무 비싸서 일부 시멘트로 발랐는데 아쉽다.”



-영호남 갈등 해소와 화합을 위해 노력한 걸로 알고 있다.

“1999년 광주 MBC에서 특강을 했다. 역사적으로 동서갈등이 왜 생겼을까 자료를 준비하면서 이 나라는 백성의 나라, 수많은 백성이 지킨 나라구나라고 느꼈다.

동서갈등은 정치인이 만든 것이지 의미 없다. 오히려 수도권·지방의 균형 문제를 봐야 한다. 국가 통치 기본은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다. 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지방에 산다는 것 때문에 자식 때까지 피해보는 건 안 된다. 이는 국가적 재앙이다. 내가 못나서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부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나라에서 막아야 한다.”



-3선으로 경북지사는 마지막인데 총리 등 중앙 무대에 대한 관심은.

“저는 현장을 지켜야지. 경북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넓고, 바다가 있고, 산업이 있고, 농촌이 있고, 하천이 있고, 모든 것이 있다. 지사가 일을 보려면 헬기를 타야 한다. 내가 한 해에 5조원 투자 유치를 한다. 현장에서 확실히 내 책임을 다할 것이다. 일로써 성적표를 받고 그걸로 도민들에게 평가받을 것이다.”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