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전사자 숭배] 조국·민족의 이름으로 미화된 전쟁 희생자

입력 2015-04-10 02:34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들을 국가와 민족의 영웅으로 기리는 문화는 언제 시작됐을까. 독일계 유대인 역사학자인 조지 L. 모스는 ‘호국영령’ 같은 호칭이나 국립묘지 조성 등은 근대 국민국가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량살상이 이뤄지는 전쟁의 실상을 숨기고 나아가 이들의 죽음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국가는 전쟁 경험과 전사(戰死)를 신성화·낭만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작업이 절정을 이룬 시기가 바로 1300만 명이 숨진 제1차 세계대전이다. 당시 국가는 전사자 가족을 위로하고 또 다른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영웅적 죽음’을 선전하고 ‘국가적 경배의 신전’으로서 전쟁 묘지를 활발하게 조성했다. 이런 전사자 숭배와 전쟁 경험의 신화화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서 파시즘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책은 주로 서구의 전쟁 역사를 다루지만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국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의 해설을 쓴 한양대 임지현 사학과 교수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의 ‘영령 제사’ 논리가 서울의 전쟁기념관이나 중국의 항일전쟁기념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해서 놀라운 것은 아니다”며 “국가를 위해 죽은 전사자들의 죽음을 특권화하고 제사 지내는 20세기 국민국가적 제의는 동아시아 기억 문화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