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에 육박할 정도로 가계부채가 폭증세를 나타냈다. 기업대출도 큰 폭으로 늘어나며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가계에 대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570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6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봄 이사철 수요와 전세의 매매전환 수요 등에 따른 주택거래량 증가와 대출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418조4000억원)은 3월 한 달 동안 4조8000억원 늘었다. 3월 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예년 3월 중 증가폭은 평균 1조6000억원에 그쳤다. 지난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증가액(1조2000억원)의 9.67배를 기록했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691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1000억원이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이 법인세 납부수요, 기술신용대출 확대 등으로 전월보다 6조1000억원(잔액 522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그러나 대기업 대출은 분기 말 기업의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과 일부 은행의 기업구분 변경 등으로 2조9000억원(잔액 169조3000억원)이 감소,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돈이 많이 풀린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통화량(M2) 증가율이 8%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1∼2월 통화량 증가율 8.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러나 시중에 풀린 돈은 좀처럼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날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1∼2월 카드 승인금액은 94조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 늘었다. 지난해 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5.8%를 기록했기 때문에 0.5% 포인트 신장에 그친 셈이다. 협회는 “재정 조기집행과 기준금리 인하 등 소비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가 본격적으로 개선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시차가 6개월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8월 한은은 2.25%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뒤 지난달 1.75%에 이르기까지 잇따라 금리를 내려 돈을 풀고 있다.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 회복을 돕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금리인하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회복의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다음 달부터는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34만5000명의 원금 분할 상환이 시작된다. 이들은 여태껏 이자만 부담했기 때문에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민간 소비가 더 깊은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시중 돈 넘쳐나는데… 꽁꽁 닫힌 지갑 언제 열리나
입력 2015-04-09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