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역량 강화해 명품 미션 NGO 만들 것”… 기아대책 제6대 회장 취임한 유원식 회장

입력 2015-04-09 02:38
유원식 기아대책 신임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인터뷰를 갖고 “기아대책을 명실상부한 명품 미션 NGO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유원식(57) 기아대책 회장이 지난달 취임 이후 가장 많이 언급한 문구는 ‘명품 미션 NGO’였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한국오라클 대표 등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를 지낸 그에게 이 문구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기아대책을 3년간 이끌게 된 유 회장을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났다. 기아대책은 198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해외원조 민간단체다.

그는 기아대책에 온 이유에 대해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34년간 기업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늘 봉사와 나눔의 삶을 꿈꿨던 유 회장은 지난해 8월 아무런 거취도 정해놓지 않은 채 한국오라클 대표직을 스스로 그만뒀다.

“주변에서는 다른 IT기업 경영자로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그간 꿈꿨던 NGO에서 활동할 계획을 세웠지요. 인생 후반전은 나눔에 몰입해서 살고 싶었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며 밀알선교단,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 NGO 활동이 생소하지도 않았고요.”

그는 기도하며 진로를 모색하다 지난해 11월쯤 헤드헌터를 통해 기아대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공식 인터뷰를 거쳐 2월 26일 정기총회에서 제6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유 회장이 한 달여 기아대책에서 일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박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헌신적으로 일하는 간사들이었다. 그는 이들을 ‘천사’라고 불렀다. 이들은 수십만 후원자들과 함께 기아대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다.

긍정적 측면만 발견한 건 아니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는 ‘명품 미션 NGO’를 목표로 내걸고 3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떡과 복음’이란 창립정신의 회복, 둘째는 투명성 강화, 셋째는 조직역량 강화다.

“기아대책은 27년 역사를 가진 국제구호단체로 구조적으로 모든 걸 갖췄습니다. 그러나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내부 정비가 부족했습니다. 예전에 IT기업에서 광고할 때 ‘명품’이란 수식어를 썼습니다.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명품처럼 느껴지도록 그렇게 한 거죠. 기아대책이란 말을 들었을 때도 명품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창립정신으로 돌아가 조직을 정비하고, 모든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유 회장은 특히 “기아대책의 주인인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일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NGO들의 모금규모 경쟁에는 우려를 표하며 기아대책은 휩쓸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NGO들처럼 정부수탁사업 등으로 모금규모만 키우면 점차 설립목적과 멀어진 사업을 하게 되고 조직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IT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도 기아대책에 접목할 생각이다. 청소년들에게 기아대책을 알리고 이들을 미래 후원자로 육성하기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강화하려 한다. 기업 후원자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기업인 출신 회장 영입을 두고 주변에서 여러 우려가 많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재임하는 동안 성장이나 경쟁보다 ‘주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에 집중할 겁니다. 누가복음 25장 말씀처럼 하나님과 사람에게 점점 사랑스러워지는 기아대책이 되는 게 제 목표이자 제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