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결국 발을 뺐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노총이 내놓은 5대 수용불가 사항 등과 관련해 정부와 사용자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5대 수용불가 사항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와 임금피크제 의무화 등 주로 고용 및 임금 유연성 강화와 관련된 쟁점들이다. 이로써 반년 넘게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 온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정규직 과보호 완화’라는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 시도는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고용 유연성 강화 방안들이 강조됨으로써 노동계가 코너에 몰리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 그 요건을 완화하자는 방안이 일찌감치 정부 쪽에서 제시됐다. 그것이 노동계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적어도 언론에서 다른 의제들을 압도하고 말았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최근 근로소득 상위 10%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자제해 그 여력으로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기업이 협력업체 근로자를 지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됐다.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과 실업급여 확충 같은 사회 안전망 확대 방안에도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이뤘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전체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물론 이런 합의사항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긴 하나 그것들의 선언만으로도 구속력 있는 정책과제가 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교섭 테이블에 다시 나와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정부의 초기 행보를 빌미로 중차대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다면 개혁 거부세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이 참에 사회적 대화의 당사자를 비정규직, 중소기업, 자영업자까지 확대해 대화기구의 새 판을 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급한 노동시장 격차 완화,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확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정부 주도로 추진할 복안도 마련해야 한다.
[사설] 노동시장 개혁 위한 사회적 대화는 계속돼야
입력 2015-04-09 02:55 수정 2015-04-09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