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대학교·대학원 졸업자의 취업 여건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못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구직에 성공한 대학 인문계 졸업자는 10명 중 4명, 공학계열은 10명 중 7명꼴로 전공별 편차도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인 청년 취업난 속에서 이공계 선호현상이 더 심화되고, 대학마다 추진 중인 ‘취업형 학과구조개편’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서비스’(1966∼2014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전문대·대학교·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56.2%였다. 지난해 졸업자 66만7056명 중 진학자(4만3208명) 입대자(5237명) 유학생(1만9247명) 등을 제외한 취업자는 33만6682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대비 1.2% 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직후인 1998년 58.3%보다도 낮았다.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취업률 통계 ‘건강보험 및 국세 데이터베이스 연계 취업률’에서도 3년 연속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 통계에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은 2012년 59.5%, 2013년 59.3%, 지난해 58.6%였다. 특히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이 지난해 54.8%로 전문대(61.4%)와 대학원(67.2%)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치를 보면 인문계열이 42.1%로 취업률이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 예체능계열(44.6%)이었다. 반면 공학계열은 66.7%로 의약계열(66.8%)을 제외하곤 가장 높았다. 경영·경제학과가 포함된 사회계열은 56.6%로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서울지역 대학과 지역거점 국립대 간 취업률 격차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들과 지역거점 국립대 19개교를 비교해보니 고려대의 취업률이 69.3%로 1위였다. 서강대(66.9%) 성균관대(66.5%) 연세대(64.1%) 서울대(61.0%)가 뒤를 이었다. 상위 8개교 모두 서울권 대학이었다. 취업이 비교적 잘되는 경영학과의 경우에도 서울대와 고려대가 각각 88.8%와 85.5%로 집계돼 제주대(39.7%) 경상대(38.1%)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대학들은 교육기관의 인력 양성과 산업 수요 간 ‘미스 매치’를 해소하는 교육부 정책에 부응해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인문학 등의 정원을 감축하는 내용으로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계열별로 뚜렷한 취업률 차이 등이 맞물리면서 학과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늘교육 관계자는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열, 특히 공대의 인기는 201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고교에서도 이공계열 진학을 위해 과학탐구, 수학가형(수학B형) 응시자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취업률 빙하기… IMF 때보다 심하다
입력 2015-04-09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