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향연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피고, 지고, 또 이어서 피는 각색 꽃들의 개화는 노랑, 빨강, 주황, 보라 등 형형색색의 색 잔치가 될 판이다.
그 봄을 맞으러가자고 권하는 판타지 그림책이다.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초록 머리 소녀 아리. 가슴에 안은 큼지막한 빨간색 보자기가 보색 대비를 이루며 강렬하다. 뭔가 흥미 있는 일이 벌어질 듯한 예감. 책장을 넘기니 아니나 다를까 숲으로 놀러간 아리가 보자기를 인 채 땅속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게 아닌가. 땅 속 두더지에게 모자를 선물한 아리는 어느 새 나무 밑동에 사는 토끼를 만나 함께 도시락을 먹고, 나무 꼭대기 다람쥐를 만나 작아진 바지를 선물한다. 그 때 머리 깃을 다듬던 후투티(새의 일종)가 나타나 꽃 마중 갈 때 목에 두르고 싶다며 빨간색 보자기에 욕심을 낸다. 아낌없이 보자기까지 건넨 아리를 후투티는 등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준다. 그날 밤 멋진 꿈을 꾸었다는 아리. 다음 날엔 숲 속 동물들이 대문을 두드리며 감사의 꽃 왕관 선물을 가져오는 이야기는 어느 게 꿈이고, 어느 게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지만 상관없다. 새봄을 맞이하는 기쁨을 전하는 게 목적이므로.
책은 표지부터 환하다. 꽃무늬 빨간 표지에 큼지막한 매듭을 그려 넣었다. 책장을 넘기는 과정이 이야기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 같다. 그림책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이보다 더 강렬하기 힘든 색 때문이다. 십장생도의 전통 오방색에서 따온 듯 촌스러울 정도로 강한 색의 향연에서 새봄을 맞이하는 기쁨이 분수처럼 퍼져 나온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아리의 빨간 보자기] 형형색색 이야기 보따리가 풀렸어요
입력 2015-04-10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