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인 경찰, 도망치는 흑인 등에 8발 총격 사살… 동영상 공개 후 파문 확산

입력 2015-04-09 02:04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백인 경관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가 도망치는 비무장 흑인 월터 라머 스콧을 등 뒤에서 조준해 사격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총에 맞고 쓰러진 스콧에게 다가가 맥박을 확인하는 슬레이저의 모습. 슬레이저는 7일 스콧에 대한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특히 이번에는 긴박하지 않은 상황인 데다 등까지 보이며 도망가는 흑인에게 수차례 총격을 가한 동영상까지 공개되면서 흑인사회가 들끓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경관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가 흑인 월터 라머 스콧(50)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슬레이저는 지난 4일 교통위반 단속을 하다 미등이 망가진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스콧을 멈추게 했다.

그는 전기충격기로 스콧을 폭행하고 이후 도망치는 스콧을 따라가 그의 등 뒤에서 최소 8발의 총을 쐈다. 이 장면이 고스란히 동영상으로 찍혀 공개된 뒤 “의도적 살인이나 다름없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키스 서메이 찰스턴 시장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슬레이저가 명백히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스콧은 과거 양육비 미지급이나 법원 심리 불출석 등으로 10여 차례 체포됐었다. 그의 형 앤서니는 “스콧이 양육비를 안 준 것 때문에 도망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경찰이 나쁘진 않지만 분명 나쁜 경찰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비무장 흑인 피격사건으로 촉발됐던 전국적 인종차별 철폐시위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의 조네타 엘지는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경찰은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스콧을 ‘역겹게’ 살해하는 영상이야말로 시위가 계속돼야 할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