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누군가 내 페이스북 계정에서 사진과 일상, 심지어 온라인 인맥까지 고스란히 훔쳐 ‘또 다른 나’로 행세한다면?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겠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SNS ‘신상도용(impersonation)’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상대적 박탈감과 질투가 빚어낸 정신적 병리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SNS 신상도용의 주된 피해자는 연예인입니다. 팬이나 안티팬이 연예인 행세를 하는 거죠. 박신혜는 2013년 트위터에 “어디서 내 페이스북 사칭을 하고 계신 겁니까. 이러지 맙시다”라고 일침을 가한 적이 있습니다. 박신혜가 공개한 사칭 페이스북 계정의 프로필은 마치 진짜 박신혜처럼 셀카 사진을 올리고 학력을 기재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무척 혼란스러워 했죠.
이종석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며칠 전 개그맨 유세윤은 “네티즌에게 페이스북을 사칭했다는 오해를 받아 내 계정이 삭제됐다”고 엉뚱한 피해를 당한 일을 털어놔 화제가 됐습니다. SNS에서 늘어나는 ‘가짜 인생’ 때문에 빚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입니다.
SNS 신상도용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박모(26)씨는 “미국의 유명 한인사이트에서 누군가 내 사진을 도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경찰 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박씨는 “SNS에 올려놓았던 내 사진들이 누군가에 의해 부동산중개인으로 소개된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듣고 황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지난 1월 이모(27·여)씨도 “누군가 내 사진 수십장을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내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경찰에 신고했죠.
타인에게 인생을 도둑질당한 사람들이 느끼는 정신적 피해와 공포는 상상 이상입니다.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한 한 여성은 “SNS에서 내 사진을 도용해 활동하는 가짜 인물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SNS 신상도용을 처벌할 뾰족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훔쳐 쓰는 ‘명의 도용’과 달리 신상도용은 아직 형사처벌의 전례가 없어 법 적용이 까다롭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행세를 하는 사람에게 직접 연락해 신상 도용을 그만 두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고 도움도 안 됩니다. 일단 해당 SNS 업체에 빨리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죠. 최근 신상도용이 문제가 되자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은 고객센터나 신고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일반인 신상까지 털어 ‘진짜 행세’ SNS판 ‘도플갱어’ 피해 잇따라
입력 2015-04-09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