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소망 담아… 불 밝힌 이스터 트리

입력 2015-04-09 02:05
8일 경기도 안양시 샘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 이스터 트리가 설치됐다. 다음달까지 불을 밝히며 생명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의미를 되새긴다.

8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양 만안구 삼덕로 안양샘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 13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이곳에 은은한 바이올린 찬송 연주가 흘렀다. 음악 소리는 병동 맨 끝 방인 가족실에서 나왔다. 선율을 따라 들어가 보니 휠체어를 탄 환자 박모(75)씨와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이 1.5m 높이의 흰색 트리 위에 금색·흰색 계란 모형의 전구를 달고 있었다. 부활의 기쁨과 소망을 담은 이스터 트리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계란 모형의 전구는 모두 120개로 입원 환자와 가족, 봉사자들의 기도제목을 적은 종이가 담겨있다.

박씨는 환자 대표로 나와 금색 계란 전구를 트리에 달았다. 그의 기도제목은 ‘예수님 빨리 일어나게 해주세요. 아멘’ 이었다. 그의 손은 떨렸다. 핏기 없는 깡마른 손. 그는 온 힘을 다해 트리 위에 계란 전구를 꽂았다. 그는 “다시 건강해지고 싶어요. 이제 하나님만 믿으렵니다”라고 했다. 잠시 후 트리에 불이 켜지자 박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10여명의 봉사자들도 박수를 치면서 부활의 생명력이 넘치기를 기원했다.

박상은 안양샘병원 의료원장은 “이스터 트리에 환자들의 기도제목을 담아 불을 밝혔다”며 “이 부활의 빛이 4월의 잔인함을 이겨내고 부활의 생명을 확산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담당 코디네이터 김은혜 간호사도 “환자들이 평소 병상세례를 받는 등 신앙에 의지하고 있는데 마침 이스터 트리가 설치됐다”며 “병동을 오갈 때마다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터 트리는 병원 3층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 입구에 설치돼 다음달 말까지 불을 밝힌다.

한편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도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시립대로 밥퍼나눔운동본부 2층 예배실에 이스터 트리를 설치하고 인근 노숙인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부활의 생명을 나누고 있다. 5일 부활주일에는 다일작은천국 입소자 25명이 예배에 참석해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스터 트리를 지켜봤다. 최일도 목사는 “이스터 트리는 생명의 상징인 계란을 빛으로 드러내는 상징적 조형물”이라며 “다일공동체는 오는 16일 세월호 1주기까지 불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스터 트리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알리는 부활절 기독교 문화로 최근 국민일보와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가 국내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스터 트리는 다음달 24일 성령강림절까지 설치한다.

안양=글·사진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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