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고 난 이후 강한 추진력과 의리를 앞세운 특유의 리더십으로 한화그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김 회장 경영복귀 이후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방산과 석유화학, 태양광 분야에서 뚜렷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중동지역 사업도 잇단 성과를 내며 ‘제2의 중동 붐’ 조성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 회장 주도로 선택과 집중에 의한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재편 성과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 자율형 빅딜이다. 올 상반기 중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등 삼성 계열사 인수를 마무리지으면 한화는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국내 1위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 중인 태양광 사업부문에서는 지난 2월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통합해 기술과 생산 규모 모두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했다.
김 회장은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중동지역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 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사회기반시설 추가 공사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건설은 이번 수주를 통해 비스마야 신도시에서만 누적 공사 수주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번 추가 수주를 위해 김 회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세 차례 방문해 임직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지난해 12월 비스마야 신도시 방문 시에는 현장 근로자에게 광어회 600인분을 선물하기도 했다. 또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최악의 상황이 올지라도 비스마야 현장을 마지막까지 지켜 공사를 완료하겠다”며 안심시켰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2월 수주한 9억3500만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인산 생산설비 화공 플랜트 공사 또한 김 회장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는 중동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 2일에는 한화케미칼이 사우디 민간 석유화학 회사인 시프켐과 합작한 IPC가 시범생산을 마치고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를 상업생산하기 시작했다. IPC 상업생산을 계기로 한화케미칼의 EVA 생산능력은 세계 2위에 올라서게 됐다. 한화케미칼의 중동시장 진출 역시 김 회장이 2007년 초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석유화학 제품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중동 현지에서 직접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데서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속 수감 당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김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자마자 경영에 복귀한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결단으로 한화의 미래전략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높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김승연의 ‘의리 리더십’… 확 달라진 한화
입력 2015-04-09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