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 100세 삶이 보편화되는 때를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라고 한다. 유엔이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란 보고서를 내면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고령화가 세계적 현상이므로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빠르다.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한다. 기대여명도 늘고 있다. 65세 남성은 18년, 여성은 22.4년이다(통계청 2013년 생명표). 기대여명은 10년마다 5년씩 느는 추세다. 평균수명이 90세 이상 될 날이 눈앞에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책 없는 노후가 불안하다. 그래서 정년퇴직 이후에도 쉬지 못하고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반퇴(半退) 시대’가 현실이 됐다. 노후 준비를 위해 재테크나 연금, 보험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은퇴 후 후회하는 것 톱10’ 가운데 1위가 ‘노후 여가자금을 못 마련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삼성생명 은퇴연구소)도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기존 ‘80세 시대’에 맞춰진 사회의 각종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보험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과 개념이 다른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해야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판매된 이래 대중화됐다. 문제는 가입자 본인에겐 아무런 혜택도 없다는 점이다. 사후보다는 생전의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고령화 트렌드와도 맞지 않다.
교보·신한·AIA·NH농협생명이 4월에 잇달아 내놓은 신상품은 살아 있는 동안 혜택을 피부로 느끼도록 했다.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노후 의료비나 생활비로 앞당겨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약할 필요 없이 연금 형식으로 수령하다 사후에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불안한 노후에 초점을 맞춘 종신보험의 대변신이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종신보험
입력 2015-04-09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