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본부장 구속… 최고위층 겨냥 ‘본류 수사’ 시작

입력 2015-04-08 03:31
포스코그룹 최고위층을 겨냥한 ‘본류’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7일 포스코의 오랜 거래 업체이자 국내 철강 연강선재(軟鋼線材) 시장 1위인 코스틸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에 한정돼 있던 검찰 수사가 포스코 본사로까지 전선을 확대했음을 의미한다. 전 정권 실세들이 수사 종착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원래 준비했던 포스코 수사”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코스틸 본사와 지주회사인 코스틸홀딩스, 포항공장 등 10여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박재천(58) 코스틸 회장 자택도 대상에 포함됐다. 박 회장과 경영진 다수는 출국금지됐다. 검찰 관계자는 “코스틸과 포스코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코스틸 압수수색영장에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를 적었다. 코스틸의 경영비리를 시발점으로 삼고, 이를 통해 포스코와의 유착 관계까지 뻗어가겠다는 의중이다.

1977년 설립된 코스틸은 건설용 철못, 철선 등에 사용되는 연강선재 등을 생산한다. 2013년 매출액 4122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거둔 중견 철강업체다. 포스코와는 34년째 거래하면서 슬래브(판형 모양의 철강 반제품) 등 자재를 연간 수십만t씩 구매해 왔다.

검찰은 2007년 이후 코스틸과 포스코의 거래 내역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수사 대상 시기가 이명박정부 시절과 상당부분 겹친다. 검찰은 코스틸이 포스코 측과 중간재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대금, 매출 기록 등을 조작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일부는 포스코 관련 인사들에게 흘러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수개월 전부터 코스틸 관련 첩보를 축적해 왔다. 당초 포스코 수사는 코스틸이 1차 타깃이었으나 포스코건설 비자금 문제가 먼저 부각되면서 수사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틸 압수수색이 포스코 본류 수사의 신호탄인 셈이다. 한 검찰 간부는 “돌발적으로 시작된 수사(포스코건설 비자금)도 그 길대로 가겠지만, 원래 준비했던 수사(코스틸 관련 범행)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2001년부터 코스틸 대표를 맡아온 박 회장의 인맥과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은 포항 출신으로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지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고위층, 이명박정부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한국철강협회 소속 선재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임되는 등 업계 ‘마당발’로 꼽힌다. 검찰은 박 회장이 지연·학연 등을 동원해 포스코 측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인사 접촉창구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포스코건설 해외 비자금 조성에 개입하면서 10억원가량 금품을 부정하게 챙긴 혐의 등으로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 최모(53) 전무가 구속됐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현직 임원이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