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7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예견대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청문회로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1987년 사건 수사 당시 은폐·축소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박 후보자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며 적극 반박했다.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자격 논할 가치도 없다” 사퇴 요구=야당 의원들은 ‘자격 미달’이라며 박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박 후보자가 책임을 방기했다면 비겁한 것이고, 공범의 존재 여부나 은폐·축소 의도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며 “검찰로서도 자격 미달이고 더더욱 대법관으로선 자격조차 논할 가치가 없다”고 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말석검사는 책임이 없느냐. 당장 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경찰의 조직적 은폐와 축소를 밝히는 과정이 조금 길고 힘들었다”고 답변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공범 여부를 인지한 후에도 (재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시키는 대로 하셨던 분이 대법관이 되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압박했다. 박 후보자는 “3명의 관련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수사계획서를 상부에 보고했다”며 “당연히 재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대기했다”고 해명했다.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 적극 반박=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마련해 주며 적극 엄호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이유가 없고 철저히 조사했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그렇다”며 “2차 수사에서 최선을 다해 3명의 공범을 밝혀내 이 사건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경대수 의원은 당시 수사검사였던 안상수 창원시장 등으로부터 사건 은폐 권유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고, 박 후보자는 “한 번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관계기관 대책회의’ 참여 여부에 대한 경 의원의 질의에 “1987년 5월 말까지 관계기관 대책회의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대법관이 되면 변호사 개업은 안 하겠다는 말이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대법관으로 봉직하면 퇴임 후 사건 수임을 위한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대한변호사협회의 서약서에 서명하라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안상수-이부영 엇갈린 진술=증인으로 나온 안 시장과 새정치연합 이부영 상임고문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며 진실공방에 가세했다. 안 시장은 “(박 후보자는) 은폐·축소에 관련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수사검사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피나게 투쟁했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공범의 존재를 폭로했던 이 고문은 “이런 정황이 당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검찰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주지청으로 인사 이동하기 전 박 후보자도 이를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관은 장관이나 총리보다 더 지엄한 자리인데, 왜 고문 수사의 조작·은폐 혐의를 받는 분이 그 자리에 가야 하느냐”며 자진 사퇴를 권유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박종철 사건, 말석검사는 책임 없나” “수사 최선 다했다”
입력 2015-04-08 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