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이 보도한 버지니아대 집단성폭행 사건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보도의 원칙과 실제를 준수하지 않아 언론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롤링스톤은 지난해 ‘재키’라는 이름의 여대생이 2012년 사교클럽 파티에서 7명의 남성으로부터 집단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명문대에서 발생한 폭음과 이로 인한 성폭행, 사교클럽 문화의 폐해까지 묘사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버지니아대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해당 사교클럽 ‘파이 카파 프사이(Phi Kappa Psi)’는 폐쇄됐고, 버지니아대를 비롯한 미국 대학 캠퍼스의 성폭력 문제도 논란이 됐다. 롤링스톤은 버지니아대 학장이 (재키에게) “아무도 ‘성폭행 학교’에 딸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4개월간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 성폭행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사에 등장했던 ‘재키’도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롤링스톤은 해당 기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기사를 취소했다. 폐쇄됐던 사교클럽은 “회원들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면서 롤링스톤에 대해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롤링스톤의 의뢰로 기사의 문제점을 조사한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은 5일(현지시간) 심층 분석보고서를 통해 “언론산업에서 현기증 나는 변화가 일어나는 와중에 언론계의 신뢰성에 또 하나의 충격”이라면서 “기사 작성부터 편집, 감수, 사실 확인까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관련자를 문책하는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롤링스톤의 결정은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롤링스톤이 “보도의 기본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전적으로 피할 수 있었던’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문제의 기사는 언론계의 집단 신뢰성을 명백히 훼손했고 기사를 쓴 기자를 비롯해 아무도 그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것은 더욱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롤링스톤 ‘대학가 집단성폭행’ 오보 일파만파… 언론계 충격 속 자성·비판 잇따라
입력 2015-04-08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