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풍랑] 아베 정권, 국제 사회 ‘세뇌’ 나섰다

입력 2015-04-08 02:41 수정 2015-04-08 09:13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 이어 7일 외교청서에서 전방위 ‘독도 공세’를 펼치는 것은 국제사회에 ‘세뇌’ 수준의 체계적인 대내외 작업을 통해 한국의 독도 실효적 지배를 무력화시키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국내용 ‘강한 아베 정권’ 심기가 아니라 ‘소란외교’를 통해 훗날 국제사법재판소행을 염두에 두고 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도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 외교청서 내용은 새롭지 않다. 이전 민주당 정권 때도 외교백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문제는 9년 만에 이를 영문판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홍보에 나서고 일본의 독도 소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행정문서와 기사 등 1000점 이상을 자료화해 정부 홈페이지에 싣겠다고 나서는 점이다. 독도와 관련한 시마네현의 어업단속 규칙, 시마네현 지사에게 제출된 관유지차용원(官有地借用願) 등 1900년대 초반 자료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연이은 도발은 종전 70주년을 맞는 올해 일본의 전후 행보를 미화시키고 향후 외교정책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여기에 독도에 대한 소유권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명백한 증거’를 명시하면서 국제분쟁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청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면서 “한국이 계속 일본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정치·외교문제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적었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한 고노담화(1993년) 검증을 지난해 실시했고,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요시다 세이지씨의 위안부 강제연행 주장에 입각해 쓴 과거 기사들을 취소한 사실도 소개했다.

일본이 외교청서에서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고만 언급한 것도 심상치 않다. 양국이 더 이상 이익을 공유하지 않으며 앞으로는 한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독도 공세를 자제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기본적 가치공유 문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국회 연설과 외무성 홈페이지, 각의 결정문 등에서 이미 빠졌지만 외교청서에서까지 빠지면서 돌이키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외교청서는 또 일본의 전후 70년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평화국가로서 걸어온 원점은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토대로 한 부전(不戰)·평화 맹세에 있으며 앞으로도 결코 바뀌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는 별개로 교과서에 정부의 주장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정부는 (교과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아사히신문도 “교과서는 국가 홍보지여서는 안 된다”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 내용이 정부가 주장하는 방향에 따라 좌우되는 위험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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