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빚은 연말정산 결과를 전수 분석한 결과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낸 세금은 평균 3만1000원 줄었다고 밝혔다. 5500만∼7000만원 근로소득자의 세금은 평균 2만∼3만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월 1년 전보다 많게는 100만원 이상 줄어든 연말정산 환급액을 받아든 월급쟁이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이렇게 납세자의 체감도와 정부의 계산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정부가 ‘평균의 오류’에 빠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7일 내놓은 분석 결과를 보면 애초 세금이 줄어들 것이라던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가운데 세금이 늘어난 경우가 205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평균 8만원의 세금을 더 냈다. 아예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구간 소득자 383만9000여명을 제외하면 5500만원 이하 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21.1%)의 세금이 늘어난 셈이다.
세금을 내는 이는 납세자 개개인인데 정부가 전체 평균만을 기준으로 세 부담 효과를 계산하면서 혼란을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평균치로 세 부담을 추계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제로는 205만명의 세금이 늘어나는데 그런 부분은 설명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의 추계에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 공제로 바뀌면서 과세표준 자체가 한 단계 뛰어 증세 폭이 커진 경우가 반영되지 않은 것도 허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공제 항목을 먼저 공제한 뒤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공제 방식에서는 세율 16.5%인 4600만원 이하 과세표준 구간에 들었던 사람이 세액 공제로 전환되면서 과세표준이 높아져 세율 26.4% 구간에 들어가는 경우 등이다.
정부의 계산법이 2013년에 낸 세액과 2014년에 낸 세액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2014년을 기준으로 세액 공제 전후만 비교하다 보니 납세자들의 체감도와 격차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 결정세액을 기준으로 볼 때 2011년 총 17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근로소득자들의 납부세액은 2014년 24조2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정부는 평균과 달리 납세액이 늘어난 경우는 공제 대상 지출이 적은 1인 가구와 배우자가 동시에 공제를 받는 맞벌이 가구, 자녀세액공제 축소 영향을 받은 다둥이 가구 등이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세금폭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유형이다.
결국 정부는 이날 애초 발표와 달리 세금이 증가한 이들의 부담을 다시 덜어내기 위한 연말정산 보완책을 발표했다. 둘째 자녀 세액공제 추가 등의 보완책으로 총 4200억원 상당의 세금을 환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납세자연맹은 “근로소득 과세에 대한 기본 철학이나 원칙도 없이 합리성과 공평성이 결여된 세법 개정과 세수 추계로 소득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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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8 02:36 수정 2015-04-08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