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 결함이 몰고 오는 ‘싱크홀 공포’

입력 2015-04-08 02:37

7일 오후 4시11분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역 1번 출구에서 100m가량 떨어진 환기구 옆 인도를 걷던 A군(19)이 갑자기 고꾸라졌다. 가로 0.8m, 세로 1.5m, 깊이 2.2m의 싱크홀(지반침하)에 빠진 것이다. A군은 무릎과 왼손에 열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지난 2일에도 싱크홀 사고가 있었다. 오후 9시49분쯤 서울지하철 9호선 삼성중앙역 2번 출구 앞 편도 4차로를 달리던 그랜저 승용차 앞바퀴가 내려앉았다. 가로 1.8m, 세로 1.2m, 깊이 0.6m 싱크홀이 생기면서 바퀴가 빠진 것이다. 이날 삼성중앙역 인근에는 0.5∼1.3m 깊이의 크고 작은 싱크홀 5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싱크홀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싱크홀이 발견되고 있다. 하수관 때문에 발생하는 싱크홀은 2년 만에 6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하수관 등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는 2012년 하수관 때문에 발생한 싱크홀이 10건에 불과했다가 2013년 15건, 지난해 59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7일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수관 누수와 파손 등 자체 결함이 대부분”이라며 “낡은 하수관 틈새로 샌 물이 주변의 흙을 쓸고 지나면서 땅속에 구멍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앙역 싱크홀도 하수관이 문제였다. 지하철 공사를 하며 보도 아래쪽으로 옮겨 설치한 600㎜ 하수관의 접합 부분이 불량해 물이 새면서 토사가 유실되고 싱크홀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하수관 점검 및 교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환경부는 올해 712억원을 투입해 노후 하수관 정밀조사를 이른 시일 안에 마칠 방침이다. 이어 내년부터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9∼10월 지방자치단체 하수관 1637㎞를 조사해 결함 정도가 심한 14.2㎞를 개보수했다.

하지만 이 정도 예산으로는 싱크홀을 막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도로 함몰 3205건 중 노후 하수관이 원인인 것은 2714건(84.7%)에 이른다. 서울시는 환경부와 달리 포트홀(도로 파임 현상) 등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정밀조사를 거치지 않은 지반침하 현상도 도로 함몰에 포함한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시내 하수관 1만392㎞ 가운데 30년 이상 된 낡은 하수관이 5023㎞(48%)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8년까지 노후 하수관 정비에 평균 2500억원이 더 필요하지만 재정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빙기인 봄철 싱크홀 숫자가 더 늘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