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일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원천징수 방식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근로자가 원천징수세액(정부가 간이세액표에 근거해 매월 임시로 미리 걷는 세금)을 80%, 100%, 120%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월급 300만원을 받는 싱글 근로자의 경우 매월 8만470원의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그대로 낼지 6만4376원(80%)이나 9만6564원(120%)을 낼지 내년부터 선택할 수 있다.
그럼 선택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질까. 아니다. 원천징수세액을 80%로 선택할 경우 기존에 낸 세금이 적어 연말정산 때 추가납부세액을 뱉어낼 가능성이 높고, 120%를 선택하면 반대로 환급받을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최종적으로 내는 세금(결정세액)에는 차이가 없다.
정부의 원천징수 방식 개정이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6일 사전 브리핑에서 원천징수 방식 개정은 단순히 근로소득자의 기분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아침·저녁으로 도토리를 주는 방식을 바꿔 원숭이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수준의 조삼모사(朝三暮四) 개정이라는 것을 기재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한국 소득세법이 여러 공제가 누더기로 덧씌워져 유독 복잡한데, 원천징수 방식 개정으로 세정(稅政)이 더욱 복잡해진다는 문제도 있다. 또 정부가 미리 떼 간 세금에 대한 이자도 주지 않는데 누가 120% 원천징수를 선택할지도 의문이다.
연말정산 논란은 정부의 설명과 실제 결과가 달랐던 데서 시작했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정부의 신뢰 회복이다. 원천징수 방식을 바꿔 세금이 줄어드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정책으로는 그나마 남았던 신뢰도 잃을 수 있다.
윤성민 경제부 기자
[현장기자-윤성민] 원천징수세액 선택하라 정부의 朝三暮四?
입력 2015-04-0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