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호남' 아킬레스건 동교동계 '지원' 뜨뜻미지근

입력 2015-04-08 02:26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논란 끝에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원에 나서기로 7일 뜻을 모았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을과 호남 유권자가 많은 서울 관악을에서 표 결집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야당 ‘심장부’인 호남에서 지지세가 약한 문재인 대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교동계, ‘뜨뜻미지근한’ 지원 결정=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선거 지원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좌장인 권 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먼저 우리가 당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선당후사’ 정신은 변함이 없다”며 지원의사를 밝혔다. 지난 1일 동교동계의 선거지원 반대로 촉발된 논란은 1주일 만에 일단 봉합됐다.

권 고문은 그러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무엇보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나가 된다는 건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서로 북돋워주고 껴안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동참을 이끌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당 운영을 주류 60%, 비주류 40%로 배합했다”며 계파 안배를 강조했다. 권 고문은 8일 서울 관악을 호남향우회 회장단과 오찬을 갖고, 9일에는 광주 서을로 내려가 선거지원에 나선다.

박 전 원내대표도 권 고문과 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29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한 논란을 종결하고, 선당후사 정신에 공감하면서 당의 승리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결정했다”며 “오늘이라도 당이 필요로 하면 저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호남 ‘아킬레스건’ 노출=문 대표는 동교동계 지원 논란으로 취약한 리더십을 노출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전당대회에서도 내내 ‘이길 수 있는 정당’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야권이 차지했던 지역구가 3곳이나 되는 첫 재보선부터 전패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선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점이 크다. 호남에선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 분당과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 그런데도 지난 총·대선 때 친노 지도부가 이끄는 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줬지만 매번 패배하면서 민심이 이반됐다. 무소속 출마한 천정배 전 장관(광주 서을), 정동영 전 의원(서울 관악을) 등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들은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우면서 이런 민심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탈여의도 정치’를 말해 온 문 대표가 정작 선거에서는 동교동계라는 옛 정치집단에 손을 내미는 ‘정치공학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동교동계 지원으로 호남 유권자들에게 ‘야권 대표선수에게 힘을 몰아주자’고 말할 명분은 생겼다”면서도 “동교동계와 호남 민심은 다른데, 문 대표가 동교동계와 박 전 원내대표의 ‘몸값 높이기’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