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의 첫 표적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암바토비 프로젝트’에 맞춰져 있다. 광물공사는 2006년 10월 경남기업 등 국내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에서 니켈광산을 개발하는 사업에 1조9000억원(지분 27.5%)을 투자했다. “국가적 에너지난을 타개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2009년 니켈 가격 하락과 함께 이 사업은 디폴트(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진 상태)에 빠진다.
검찰은 실패로 돌아간 이 사업에서 광물공사가 경남기업에 투자비 대납 및 지분 고가 매입으로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신종(65) 전 광물공사 사장이 성완종(65)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광물공사로부터 확보한 이사회 회의록과 내부 감사 자료를 토대로 배임 혐의를 재구성하는 중이다.
◇외화 송금신청, 필요 없다?=광물공사 이사회가 경남기업의 투자금 납입 불이행을 최초 로 보고받은 때는 2009년 3월 27일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2008년 11월 14일부터 경남기업의 투자비가 미납된다는 사실, 건설비용 증가로 프로젝트 투자비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보고됐다. 이에 대해 광물공사 이사회는 “경제위기, 정쟁 등 환경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사업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확히 1년 뒤인 2010년 3월 5일 광물공사 이사회는 경남기업의 지분 1.5%를 350억9476만8000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이 지분매입 결정은 광물공사에 116억원의 손실을 안겨준 ‘바가지 협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다.
사실상 경남기업을 살려준 이날 이사회 회의록 끄트머리에는 “경남기업에 향후 사업 재참여 기회를 부여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경남기업에 투자금 납부 의무기간을 연장해주고 대금을 대납해준 일, 130억원대 일반융자를 제공한 사실 등은 모두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상태다. 검찰은 이처럼 광물공사가 경남기업의 부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싼 정황이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330억원대 성공불융자금 사기로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2010년 7월 광물공사 감사실은 암바토비사업팀의 갖은 규정위반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자원개발에 참여한 기업들에 분담금액을 통지하고 송금신청 승인을 요청하는 ‘캐시콜(Cash Call)’ 외화송금신청서에서 기업 이름 하나가 누락된 사실이 적발됐다는 기록도 있다.
감사실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름이 누락된 곳은 경남기업이라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감사실의 외화송금 요청 누락 사실 적발 전인 2009년 12월 28일 김 전 사장과 성 전 회장이 만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김 전 사장의 주변 계좌까지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전 사장의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경남기업의 암바토비 프로젝트 지분 인수 등을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6차례 투자비 증액, 결말은=발전소 건설 지연, 설비 고장, 공기 연장, 경험 부족에 따른 시운전 기간 증가…. 암바토비에서 난색을 표하는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광물공사 이사회는 투자비를 증액했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광물공사 이사회가 6차례에 걸쳐 증액한 투자비는 8억5700만 달러(약 92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니켈 생산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사업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기관투자가들은 2013년 말부터 풋백옵션(자산을 인수한 투자자들이 일정한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며 철수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해외 광물자원개발펀드’라며 광물공사가 야심차게 제시한 ‘암바토비 니켈펀드’는 투자자 원성 속에 쪽박 사례로 남았다. 국조특위는 지난 2월 암바토비 프로젝트를 “MB 자원외교의 대표적 참사”로 규정했다.
검찰은 경남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암바토비 프로젝트와 관련해 특혜를 받았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광물공사가 2010년 9월 1일 삼성물산(3%)과 현대중공업(1.5%), 현대종합상사(0.5%)에 암바토비 프로젝트 지분을 매각할 때 향후 되팔 가격을 낮게 산정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 단서가 있다면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
경남기업 부실 알고도 기다려주고, 지분 사주고… 검찰, 광물공사 ‘암바토비 프로젝트’ 배임 혐의 재구성
입력 2015-04-08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