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NH농협은행 태릉지점에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자신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겼다. 사기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찾아주는 대가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남자에게 돌아온 것은 수수료가 아니라 쇠고랑이었다. NH농협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발된 것이다.
7일 시스템을 운영하는 NH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에 따르면 사건 당일 대포통장으로 의심되는 계좌로 다른 은행에서 3000만원이 입금된 거래 건이 포착됐다. 은행은 즉시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하고 다른 은행 담당자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확인한 뒤 영업점과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탐지 15분 만에 영업점에 돈을 찾으러 온 남자를 체포했다.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스템은 자체 점검을 통해 금융사기에 많이 이용되는 유형의 계좌를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해 관찰한다. 의심 거래가 발생하면 지급정지 조치를 한 뒤 명의인 및 입금인과 직접 접촉해 피해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NH농협은행은 2013년 5월부터 이 시스템을 운영해 지난해 28억6000만원,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억3900만원 규모의 금융사기를 예방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권에서 대포통장이 가장 많았지만 김주하 은행장이 지난해 3월 말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발생비율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지난해 3월 20%에 이르던 농협은행의 대포통장 점유율은 지난 2월엔 2.0%로 대폭 낮아졌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비즈카페] 피싱사기 3000만원 지킨 NH은행
입력 2015-04-08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