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자… 주운 자… 가로챈 자… 허공의 돈벼락 80만원 행방은?

입력 2015-04-08 02:45

지난 4일 오후 7시쯤 휴가를 맞아 애인과 서울 여의도 한 고층빌딩을 찾은 군인 김모(23)씨는 1층 계단을 오르다 허공에서 누런 종이들이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5만원 지폐였다. 이 광경을 목격한 건 김씨 커플뿐이었다. 김씨는 반사적으로 모두 16장, 80만원에 이르는 돈을 주웠다. 계단 위를 올려보자 돈을 뿌린 듯한 남성이 살짝 보였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시 물욕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씨는 주운 돈을 건물 보안팀장 장모(50)씨에게 건넸다. 그런데 30분쯤 뒤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건물 측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김씨에게 “50만원을 주운 게 맞느냐”고 물었다. 순간 김씨는 당황했다. 분명히 장씨에게 80만원을 줬기 때문이었다.

이 돈은 누가 뿌린 것일까. 30만원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사건 전말은 이랬다. 이날 이 건물의 식당에서 술을 마신 정모(46)씨는 취한 상태에서 돈을 뿌렸다. 이 돈을 김씨가 주웠다. 김씨로부터 습득신고를 받은 장씨는 30만원을 챙기고 경찰에는 50만원만 신고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장씨는 경찰의 추궁 끝에 돈을 빼돌린 사실을 실토했다. 경찰은 7일 장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경찰은 돈을 뿌린 정씨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혼란에 빠졌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돈을 뿌린 경우 대부분 업무방해나 교통방해, 경범죄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이번에는 도심 한가운데서 돈을 뿌려 공공업무를 방해하거나 교통을 마비시킨 게 아니라서 별다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80만원은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 정씨를 당장 소환조사할 계획은 아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