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9일 오후 10시40분쯤 절도 전과 4범인 최모(35)씨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던 최씨는 환자 A씨가 진료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우자 슬그머니 침대 옆으로 가 지갑에서 현금 8만5000원을 꺼냈다. 다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으로 북적이는 응급실인지라 누구도 최씨의 범행을 눈치 채지 못했다. 최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달 28일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 종합병원의 응급실·병실을 돌아다니며 31차례에 걸쳐 1700여만원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범행 장면은 병원 내부 CCTV에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경찰은 최씨의 인상착의를 종합병원 등에 알렸고, 지난달 28일 금품을 훔치러 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보안요원에게 붙잡힌 최씨를 검거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상습절도 혐의로 최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최씨는 중국 선양(瀋陽) 출신으로 200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세신(洗身)사로 일하다가 도박에 빠지면서 크고 작은 절도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번 범행도 도박자금을 마련할 목적에서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종합병원 병실 돌며 31차례 상습절도
입력 2015-04-0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