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보완 대책] 조세 형평성 강화 취지 퇴색… 불신 키운 ‘누더기 세법’

입력 2015-04-08 02:33 수정 2015-04-08 09:18

2년 가까이 이어졌던 연말정산 파동이 7일 정부의 연말정산 보완대책 발표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으로 조세 형평성을 강화하겠다던 당초 세제개편 취지는 퇴색됐고, 수차례 임시방편 식 개정으로 세법은 누더기가 됐다. 정부의 정책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정부는 2013년 8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연말정산 방식을 기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대거 전환시켰다. 그러나 정부는 세 부담이 늘어가는 기준 계층을 연 소득 ‘3450만원 이상’으로 잡으면서 부족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서민·중산층 유리지갑을 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거위 깃털을 고통 없이 뽑는 것과 같은 창의적 방식”이라고 비유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정부는 닷새 만에 증세 기준선을 연 소득 55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잠잠해질 것 같았던 연말정산 논란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 시행되면서 또 불거졌다. 연 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은 세금 증가분이 한 푼도 없을 거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세금폭탄’을 맞았다는 해당 구간의 근로자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2013년 세제개편 당시 직접 실감하지 못했던 근로자들이 막상 달라진 연말정산을 적용받고 보니 불만이 폭발했고, 정부 해명은 먹혀들지 않았다. 급기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마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이날 연말정산 전수조사 결과와 함께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표면적으로는 연말정산 파동은 긴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가 입은 상처는 크다. 단순 명료함이 생명인 세법은 누더기가 됐고, 세제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2013년 8월 수정안 확정 이후 실제 적용까지 1년6개월여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식 태도로 일관하며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지 못했다. 실제 2013년 8월 수정안 발표 시 “연 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 부담이 없다”고 했던 정부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보완대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이대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당장 소급 적용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 역시 ‘원 포인트’ 식 소득세법 개정 대신 범국민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법인세 인상 등을 합쳐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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