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53세’ 팬덤 늙어가는 美 프로야구… 청소년 팬 급감하며 위기

입력 2015-04-08 02:19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가 청소년들의 관심 급감과 팬들의 노령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특집기사에서 미국에서 야구팬의 노령화가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TV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의 자료에 따르면 TV로 미국프로야구(MLB)를 지켜보는 팬의 50%는 55세 이상으로 10년 전 41%보다 9% 포인트나 증가했다.

MLB,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을 중계하는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의 시청률 조사를 봐도 MLB 팬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NFL(47세), NBA(37세)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야구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급속도로 낮아졌다. 젊은 팬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 30명을 묻는 ESPN의 연례 조사에서 올해에는 MLB 스타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0년 전만 해도 6∼17세 야구팬이 포스트시즌 시청자 비율에서 7%를 차지했으나 최근 2∼3년 사이 4%로 감소했다.

유소년의 야구에 대한 관심 하락은 직접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의 감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리틀야구협회는 1990년대 300만명에 육박하던 회원 수가 2년 전 240만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탓인지 협회는 이후 회원 수 발표를 중단했다.

유소년들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정보기술(IT) 기기와 놀이 등으로 전통적인 미국의 스포츠들이 예전 같지 않지만 젊은 층에서 야구의 쇠락세가 두드러진다.

미국프로야구 산업은 지난 20년간 해마다 수익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양적 팽창을 거듭했지만 산업을 지탱할 미래의 팬이 사라지는 현실은 외면해 왔다. 야구 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위스콘신대 경제학자인 마이클 호퍼트는 “NFL의 경기 시간이 MLB보다 때로는 길지만 지루하다고 불평하는 이들은 적다”면서 “MLB 사무국이 야구가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며 경기 시간을 조절하기보다 유소년들의 야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