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비정규직을 사장으로” 게임 미션… 미생 축소판 ‘내 꿈은 정규직’ 대박

입력 2015-04-08 02:40
[친절한 쿡기자] 지난해 ‘미생’을 보며 짠한 공감을 느끼셨다고요? 그렇다면 이 게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제목마저 가슴이 아프네요. ‘내 꿈은 정규직’이거든요.

이 모바일 게임은 출시된 지 1주일 만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장악했습니다. 취업준비생인 플레이어가 인턴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올라가는 게임인데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플레이어를 ‘권고사직(위 사진)’시켜버린다는 겁니다.

‘미생’이 비정규직 장그래의 회사 적응기를 그렸다면 이 게임은 ‘살아남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면접에서 탈락하는 것도 예사. 어렵게 인턴으로 들어가도 계약직이 될 확률은 60%가 되지 않습니다. 정규직 전환은 더 어렵죠.

게다가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퇴직 사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라는 게임 소개처럼 온갖 이유로 해고됩니다. 서류에 ‘0’을 하나 더 넣어서, 불렀는데 대답을 안 해서, 퇴근시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남들 짜장면 시킬 때 탕수육 시켰다고, “너 해고”랍니다. 심지어 하루 동안 접속을 안 하면 무단결근으로 잘리기도 합니다. 체력의 한계에 부닥쳐 ‘자진 퇴사’해야 하는 상황도 마주합니다.

이따금 부사장이 찾아와 말을 겁니다. “자네 돼지를 한 번에 굽는 방법이 뭔지 아나? 돼지코에 플러그를 꽂으면 된다네!” 이때 맞장구를 치지 않고 ‘정색’을 선택하면 지금껏 노력은 물거품이 됩니다(아래).

열정페이도 요구합니다. 열정으로 버티겠다는 말 대신 “돈 주세요 돈”이라고 하면 아웃입니다. 승진을 해도 마냥 행복하지 않습니다. 엠(M)자 탈모에 시달리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늘어나는 캐릭터를 보면 “내가 왜 이 게임을 하고 있지”라는 기분이 들죠.

직장생활 4년차인 개발자는 세 번째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된 뒤 ‘내 꿈은 정규직’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네요. 별의별 이유로 돌연사하는 게임 속 개복치처럼 “이렇게 쫓겨나는 내 모습이 개복치랑 다를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게임을 하다보면 개발자가 얼마나 회사에 한이 맺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네티즌들의 후기는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같습니다. “현실과 가상이 구분이 안 돼요. 눈물이 나는데 재밌네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며 ‘웃프다’고 말하는 우리. 이런 풍자에 익숙해지는 게 가장 웃픈 일이네요.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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