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의 진산’ 팔영산
산에는 걷기 좋은 육산이 있는가 하면 기암괴석으로 멋진 풍광을 선사하는 골산이 있다. 전남 고흥군 점암면의 팔영산(608m)은 후자에 속한다. 호남정맥 고흥지맥에서 약간 동쪽으로 비켜서 있는 팔영산은 고흥의 진산이자 최고봉이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일 뿐 아니라 고흥 10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산이다. 2011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로 편입됐다.
유영봉(1봉), 성주봉(2봉), 생황봉(3봉), 사자봉(4봉), 오로봉(5봉), 월출봉(6봉), 칠성봉(7봉), 적취봉(8봉) 등 8개의 돌올한 멧부리가 일렬로 병풍처럼 늘어서 여덟 그림자를 드리우는 비경이 일품이다. 정상에 오르면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바다의 절경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날씨가 좋으면 다도해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은 물론 멀리 대마도나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팔영산은 원래 팔전산(八顚山)으로 불렸다. 위왕의 대야에 여덟 봉우리가 비치자 감탄한 위왕은 신하들에게 찾게 했고 여덟 봉우리 산에 몸소 납셨다. 위왕은 두 눈에 펼쳐진 산의 장관과 위용에 이름을 지었다. 바로 팔영산이다.
산 이름은 모양새나 주변 지명, 전설, 산세에서 유래한 게 많지만 때로는 봉우리 개수로 이름을 붙인 곳도 적지 않다. 별 고민 없는 작명인 듯하지만 단번에 산의 모양새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명석하다.
팔영산은 바위 봉우리 산 중에서도 암릉 타는 재미와 봉우리의 조망미가 첫 손에 꼽힌다. 바다 곁에 우뚝 솟은 산이 대개 그렇듯 팔영산 또한 높은 봉우리에 올라 바다를 굽어보는 맛이 그만이다. 제1봉에서 제8봉으로 가는 내내 보이는 다도해의 은빛 실루엣은 장관 그 자체다. 짙푸른 바닷빛은 그대로 눈동자에 스며들 지경이다. 그 파란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다도해의 섬들이 도토리처럼 서로 키 재기를 하고 있다.
해안이나 섬 산행의 기점은 표고가 통상 두 자릿수를 넘지 않아 산이 낮다고 얕보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다행히 팔영산은 그런 곤혹감을 주지 않는다. 호된 가풀막은 없다. 다만 암봉 사이 잘록한 곳에서 숨이 조금 가쁘지만 견딜 만하다.
능가사를 출발해 팔영산 야영장을 지나면 길가에 소크라테스, 공자, 베이컨 등 철학자나 사상가의 명언을 새긴 푯말이 있다. 된비알 오르느라 가쁜 숨을 내뱉으면서도 간간이 마주하는 선인들의 지혜가 반갑다.
흔들바위를 지나면 첫 봉우리인 유영봉(儒影峰·491m)에 올라선다. 선비의 그림자를 닮았다는 봉우리다. 경솔하게 자신의 애마를 단칼에 벤 뒤 목놓아 울었다는 송팔응 장군의 전설도 서려 있다. 암봉 퍼레이드의 출발점이다.
유영봉에서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선녀봉, 오른쪽은 제2∼6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다. 철사다리와 쇠사슬 밧줄을 잡고 7분 남짓 오르면 성주봉(聖主峰·538m)에 이른다.
성주봉에서 안부로 내려서 10분 정도면 생황봉(笙簧峰·564m)에 올라선다. 바람이 바위를 스치면 국악기의 하나인 생황 소리가 난다는 멧부리다. 사자가 엎드린 모양의 사자봉(獅子峰·578m)에 올라서면 그제야 8봉까지 물결치는 능선을 마주할 수 있다. 우주센터가 세워진 나로도와 ‘박치기왕’ 김일(1929∼2006)의 고향 거금도, 소록도 등도 아련하다.
다섯 신선이 노닐었다는 오로봉(五老峰·579m)까지는 단숨에 닿는다. 오로봉과 두류봉(頭流峰·596m) 사이 안부가 다른 데 비해 가파르다. 하지만 곳곳에 철 사다리가 설치돼 무난히 오를 수 있다. 두류봉의 조망은 일망무제다. 다른 봉에선 반쯤 가렸던 다도해의 전모가 드러난다. 좌우를 보니 여수와 장흥의 앞바다가 지척인 듯하다.
두류봉과 칠성봉(七星峰·598m) 사이 안부는 길고 넓지만 순하다. 숲을 거닐다 통천문을 지나면 칠성봉이다. 공깃돌 모양의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다. 무명 봉우리를 넘어 15분쯤 가면 제8봉인 적취봉(積翠峰·591m)이다. 8개의 봉우리를 오는 동안 뒤돌아보는 맛, 갈 길 보는 맛,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제각각이다. 탑재를 거쳐 야영장으로 내려오면 산행은 6㎞ 남짓으로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최첨단 우주기술과 원시체험의 ‘극과 극’
고흥은 유자, 꼬막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나로호 발사로 널리 알려졌다. 외나로도에는 나로우주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의 인공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기 위한 발사장이다. 대한민국이 우주로 가는 전초기지이다.
우주센터에는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지만 2009년 6월12일 정식 개관한 우주과학관에서 우주과학 관련 교육 및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우주과학에 관한 기본원리 뿐 아니라 로켓·인공위성·우주탐사 등을 주제로 한 90여종의 전시품(작동체험전시품 32종 포함)과 4D 돔영상관, 야외 로켓 전시장, 정보검색존, 별자리 관측 체험존, 로켓발사 체험존 등 다채로운 시설이 준비돼 있다.
개관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이며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한다. 우주발사대 모양의 우주발사전망대에서는 나로우주센터 우주발사체장면과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나로우주센터와 직선으로 17㎞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고흥군은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박지성공설운동장 일원에서 우주항공시설을 연계한 전국 최고의 우주항공 테마형 축제인 ‘2015 고흥우주항공축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나로우주센터 발사기지 견학, 우주항공시설 스탬프 랠리 뿐 아니라 모형로켓 발사체험, 에어로켓 만들기 체험, 미니로봇체험 등 우주항공 체험행사와 우주항공 홍보관, 모터 패러글라이딩 시연, 스페이스 매직쇼, 유등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이처럼 첨단 우주시대를 보여주는 고흥에서 원시인의 복장으로 움막에서 잠을 자고 사냥을 하는 등 원시인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섬의 지형이 호랑이가 죽어 누워있는 모양과 같은 시호도에서 가능하다. 동일면 덕흥리 구룡마을 앞 무인도까지는 배로 5분. 섬에 들어서는 순간 문명과는 잠시 이별해야 한다. 부족별 체험 실적에 따라 식사를 제공한다.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원시장터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원시방법으로 불을 피워 지급받은 식량으로 알아서 식사도 해결해야 한다.
당일,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홈페이지(sihodo.goheung.go.kr) 또는 전화(061-830-5305)로 예약을 해야 한다.
고흥=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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