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은 태평양에서 정말 끝났나?”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프레드 히아트는 ‘전시(戰時)의 유령’이라는 제목의 6일자 칼럼을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해에 이것은 바보 같은 질문일지 모르지만,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아시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양국 관계 악화는 한·일 두 나라의 국익에 반할 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도 해를 끼칠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기조인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도 두 나라가 함께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용기 있는 유럽 지도자들이 역사 문제를 뒤로 돌리고 마침내 전 대륙을 유럽연합(EU)으로 하나로 묶은 것과 대조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는 경제든 안보에서든 이런 구조가 전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경우 과거가 미래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특히 히아트는 정치적으로 보수파라는 공통점이 있는 아베 신조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멀어진 데는 개인사도 부분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며 어떤 면에서 두 사람은 ‘과거의 포로’일 수 있다고 썼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지도자였던 외조부를 둔 까닭에 아베 총리가 중국이나 한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과거사 사죄를 주저하며, 박 대통령은 1965년 일본과 국교정상화 조약을 체결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에 너무 관대했다는 비판을 받는 점 등으로 일본에 ‘부드럽게’ 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 갈등은 부분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퇴조시킬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양국이 갖는 불안감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개국이 참여를 선언했고 한국도 곧 참여하려고 하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이러한 불안에 대한 최선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워싱턴=배병우 특파원
[관련기사 보기]
[한·일 관계 풍랑] WP “韓·日, 과거가 미래에 그늘 드리워”
입력 2015-04-08 02:39 수정 2015-04-08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