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영취산·붉은 섬과 오색 밤바다, 여수 색으로 물들다

입력 2015-04-09 02:44
전남 여수 영취산에 연분홍 융단이 깔렸다. 중흥동 GS칼텍스 후문에서 30여분 거리인 돌고개 진달래군락지가 지난 4일 만개한 진달래꽃으로 뒤덮여 활활 불타오르는 듯하다. 이 등산로에는 어른 키보다 큰 진달래들이 터널을 이뤄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밤바다
오동도
전남 여수의 봄은 화려하다. 영취산 진달래가 분홍빛을 수놓고 오동도는 여전히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동백꽃의 붉고 노란 빛을 토해낸다. 해상케이블카도 밤에는 오색의 영롱한 빛을 발한다.

◇영취산 진달래=경남 창녕의 화왕산, 마산 무학산과 더불어 남도의 3대 진달래 정원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수십 년생 진달래나무가 축구장 140개 크기만큼 넓게 퍼져 있다. 영취산 진달래는 3월 말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4월 초순 무렵에 활짝 핀다. 멀리서 보면 연분홍 융단으로 산을 덮은 듯하다.

영취산을 오르는 산행코스는 흥국사 코스(1.4㎞)와 상암 코스(1.8㎞) 등 5∼6개가 있으나 중흥동 GS칼텍스 후문의 산행로를 택하는 것이 좋다. 정상까지는 2.2㎞. 다만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캐한 냄새는 각오해야 한다. 산행로 초입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돌고개 군락지가 연분홍 물감을 흩뿌린 듯 드넓게 펼쳐진다.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뒤덮여 산이 활활 불타오르는 듯한 장관이 ‘꽃멀미’를 일으킨다. 어른 키보다 큰 진달래 터널들을 통과하며 쪽빛 바다와 숨바꼭질하다 보면 황홀경이 따로 없다. 등산로 내내 진달래 향연이 펼쳐진다.

정상인 해발 510m의 진례봉을 비롯해 골망재 산비탈, 봉우재 등 온 산이 연분홍으로 물들었다.진례봉에 서면 에메랄드빛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여수 밤바다=지난해 12월 개통된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여수 돌산공원과 자산공원을 가로지르는 1500m 길이의 국내 첫 해상케이블카.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다. 90여m 공중에 매달려 650m의 바다를 지난다. 케이블카에 설치한 조명이 오동도와 신항 등 남해안 일대의 현란한 불빛을 만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수해상케이블카의 캐빈은 총 50대. 종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일반 캐빈이고, 다른 하나는 은색으로 칠해진 투명 강화유리 케이블카 ‘크리스털 캐빈’이다. 크리스털 캐빈은 바닥 전체에 투명유리를 깔아 아래가 뻥 뚫려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발아래 오밀조밀한 해안선과 항구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최고의 풍광을 선사한다. 모두 10대를 운영하는 크리스털 캐빈의 정원은 5명. 일반 캐빈은 8명이다. 요금은 일반 캐빈이 1인 탑승 왕복 1만3000원. 크리스털 캐빈은 2만원이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동백섬 오동도=여수가 자랑하는 10경 가운데 당당히 첫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아름답다. 섬 전체를 이루고 있는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 덕분이다. 초록의 동백숲에 붉고 노란 동백꽃과 푸르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생기 넘치는 섬이다. 육지와 연결되는 768m 길이의 방파제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운치가 있다.

오동도는 꽃송이 째 뚝뚝 떨어진 동백꽃들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떨어진 동백꽃으로 산책로와 숲속은 꽃의 바다로 변했다. 오동도는 동백 일색이다. 그럼에도 오동도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섬의 생김새가 오동나무 잎을 닮았기 때문이다.

오동도 안에 자리한 테마공원에는 25m의 높이를 자랑하는 등대가 운치있게 서 있고, 음악 분수공원·맨발공원 등도 풍경의 한 쪽을 차지한다.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어 썼다는 키 작은 대밭도 펼쳐져 있다.

여수=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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