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집 펴낸 김기택 목사 “교단 갈등 다독인 설교 모아… 기감 史料 됐으면”

입력 2015-04-08 02:33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은퇴 목회자의 자서전일 거라고 짐작했다. 일흔을 넘긴 교계 원로의 책은 그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자서전이 아닌 설교집이었다. 저자는 김기택(71·사진) 서울 성천교회 원로목사.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감리교 은퇴목사들의 사랑방 ‘감리교은퇴목사복지회’를 찾아가 김 목사를 만났다. 그는 “설교집이 감리교단의 사료(史料)가 됐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교단에서 중책을 많이 맡았는데, 그때마다 교단이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해 설교했습니다. 아마도 은퇴 목회자가 이런 형식의 책을 내놓은 케이스는 처음일 겁니다.”

김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연회 감독(2006∼2008), 임시감독회장(2012∼2013) 등을 역임한 기감의 대표적인 원로 중 한 명이다. 특히 임시감독회장으로 재직할 때 교단은 감독회장 선거 파행으로 자중지란에 빠져 있었다. 설교집에는 임시감독회장과 서울연회 감독을 지낸 김 목사가 10여년간 총회나 각종 행사에서 했던 설교 43개가 담겨 있다.

“설교집을 내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싼 소송전 등으로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 출간을 미룰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얼마간 수습됐으니 책을 발간해도 괜찮을 거 같더군요.”

김 목사는 온화한 리더십으로 성도들에게 ‘동그라미 목사’로 통한다. 책 제목이 ‘동그라미 사랑으로’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의 설교집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화합과 관용이다. 가령 2012년 5월 30일 열린 임시감독회장 취임 예배에서 김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사명을 위해서는 출신 학교의 구분이 없고, 내 편 네 편이 따로 없습니다. 또 누구를 지지했건 안 했건 그것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같이 가야합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보았듯이 분배보다는 생명이 우선입니다.”(43쪽)

“책을 만들며 과거에 한 설교들을 다시 보니 내용이 비슷하더군요. 신앙의 본질을 되새기면서 뜻이 다르더라도 서로를 사랑하자는 거죠. 출판기념회를 열지는 않을 것입니다. 후배 목회자들이 선배 목사의 다정한 권면으로 이 책을 받아들인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글·사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