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회사(SCL)가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데 국내 공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중국에 진출키로 했다. 우리는 현대계열의 M기계와 협력사로 일을 많이 했는데 이 회사의 권유로 중국에 동반진출하기로 했다.
우리 회사는 항구도시인 톈진에 5000여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부품생산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고 수업료를 많이 냈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기지가 되었다.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 이는 현지사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였다. 인적·물적 자원과 자금력이 건강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에서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신앙도 이와 비슷하다. 평소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되지 못하면 난관에 부닥쳤을 때 순식간에 신앙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다.
나는 무엇을 결정할 때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반드시 기도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 내 사전에는 머뭇거리는 것이 없다. 그동안 공장 부지를 사거나 투자를 결정할 때 느낌이 오면 그날로 계약을 하고 진행을 바로 시작했다. 그런데 거의 실패를 보지 않는 편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지키시고 인도해 주신다는 생각에 내가 주님이 원하시는 일에 더 열심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사업이 안정되고 회사 경영이 확대되면서 나는 나눔의 폭을 점점 늘려가기 시작했다. 학교와 교회를 지은 것 외에 중국 선양에 교회 두 곳을 더 세웠다. 그리고 1월에 1억씩 기부키로 했다. 대부분 연말에 연말정산 후 기부를 계획하는데 나는 먼저 하나님께 드리기로 했다. 내가 출석하는 교회와 국립암센터, 숭실대 등에 1억원씩을 기부했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1억원을 기부하고 아내의 이름으로도 1억원을 기부해 부부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됐다.
사람들은 내가 많은 곳에 기부금을 척척 내니 돈을 쌓아놓고 있다가 기분 나는 대로 기부하는 것으로 안다. 결코 그렇지 않다. 나는 웬만하면 비행기도 일반석을 이용하고 술·담배를 하지 않으니 절약되는 돈이 많다. 이렇게 남긴 부분들을 계산해 적정액이 되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놓는 것이다. 나 개인이 쓰는 돈은 거의 없고, 있더라도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하는 편이다.
기독교는 물질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돈을 사랑하지 말라고 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주님이 원하시면 아낌없이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일 뿐 실생활에서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땀 흘려가며 힘들게 벌었고,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을 하나님께 또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내놓는다는 것은 물질관이 확실히 바뀌지 않으면 실천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므로 내 것이 아까우면 남의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작은 도움에도 감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나눔과 섬김도 내가 먼저 하고 받기를 바라야 한다. 난 섬기지도 않으면서 기대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나님은 내게 두 아들을 선물로 주셨다. 모두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주 안에서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 신앙생활 잘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강조했는데 이대로 된 것이 또 다른 감사의 조건이다. 신기한 것은 맏며느리가 결혼 전 남편감이 갖추어야 할 10가지를 놓고 오랜 기간 계속 기도했는데 아들이 이에 모두 해당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려주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기도는 응답이다’란 말을 참 좋아한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역경의 열매] 이상춘 (16) 검소·절약으로 이룬 ‘아너소사이어티 기부 부부’
입력 2015-04-08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