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희 前 두산 사장 소환… 중앙대 유착 고리 수사

입력 2015-04-07 04:10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중앙대 특혜 및 두산그룹 유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6일 이태희(64) 전 두산 사장을 소환조사했다. 이 전 사장은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 발표 직전 다량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당시 주가의 6.8% 수준으로 ㈜두산 보통주 1만3100주를 새로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수석의 외압에 대한 검찰 수사가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 과정을 둘러싼 배경 등 두산그룹의 공모 의혹 전반에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이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장은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할 때부터 지난해 7월까지 중앙대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대한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을 복원해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성사 직전까지 갔던 다른 대기업의 중앙대 인수를 반대하고, 두산그룹의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불거졌던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당시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책’으로 지목됐던 이 전 사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전 사장은 두산의 중앙대 인수 발표 1개월 전인 2008년 4월 7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두산 보통주 1만3100주를 주당 1만3300원에 취득한다. ㈜두산의 당일 종가는 19만6000원이다. 두산은 이 전 사장이 퇴임한 뒤에도 여전히 이 지분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6일 종가(10만6500원)로 단순계산하면 12억2092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주가를 높이면 많은 가치를 돌려준다는 스톡옵션의 취지대로 당당히 행사한 것”이라며 “이 전 사장은 주가가 낮았던 2005년 스톡옵션을 받았고 이후 회사 가치가 급성장해 헐값에 주식을 확보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가 중앙대 인수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은 여전하다. 두산의 중앙대 인수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것”이라는 우호적 분석이 잇따랐다.

두산그룹은 중앙대 인수설 조회 공시 요구를 받은 2008년 5월 8일 대규모 증여·수증을 단행하기도 한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현 중앙대 이사장)은 이날 손자·손녀인 두산가(家) 5세 10명에게 보통주와 우선주를 173∼3000주씩 증여했다. 이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였다.

두산 측은 당시 “어릴 때부터 대주주의 일원으로 책임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인수합병 조회 공시가 행해지던 날 이뤄진 증여와 수증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