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활절 연합예배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주요 교단들로 구성된 ‘2015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은 5일 제각기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준비위 측은 “다양성 속에 일치를 추구한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지만, 한국교회 전체가 하나로 예배드리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현실임이 분명합니다.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는 주요 교단들이 참여했는데도 좌석을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소수의 지도부 중심으로 예배가 준비되고 진행되면서 다수의 교회들이 소외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예배의 설교를 맡은 백남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은 사전에 준비해서 배포한 설교문과 다른 내용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주최 측은 설교자에게 설교문 원고가 너무 늦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준비 부실에 대한 질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최 측에선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영상으로 축사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현장에선 이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부활절 연합예배의 격이 떨어져서 막판에 취소된 것 아니냐는 자조와 한탄이 나왔습니다.
한기총의 ‘부활절 희망나눔 특별감사예배’는 한기총 회장단과 정·관계 인사들의 ‘인사말 잔치’였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소외계층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누리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이날 예배에선 축사와 격려사, 내빈소개가 30분 이상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NCCK의 부활절 새벽예배에선 다른 부활절 예배를 성토한 설교 내용이 구설에 올랐습니다. 김근상 주교는 이날 설교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는 ‘교회 자랑’ ‘인물 자랑’ ‘돈 자랑’ 하려고 모이는 것”이라며 “그곳에서 과연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국교회가 제대로 연합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주요 언론매체에서 개신교의 부활절 연합예배를 거의 보도하지 않은 것을 볼 때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 한국교회가 연합해 서울광장 등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을 때는 거의 모든 매체가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그래서 비기독인들도 부활절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기독인들만 부활절을 기억한 것 같습니다.
‘다양성 속의 일치’도 좋습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드리는 부활절 예배만큼은 모여서 함께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비기독교인들도 부활의 기쁨을 막연하지만 알 수 있게 말입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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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7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