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달려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농번기… 외국인 근로자 고용까지 막혀 냉가슴

입력 2015-04-07 02:20
표고버섯 주산지인 충북 영동에서 아낙네들이 참나무 원목에 구멍을 낸 뒤 표고 종균을 주입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달려 외국인들이 주로 농사일을 거들고 있다. 영동군 제공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 묘목농사를 짓는 이모(60)씨는 지난 2월 중국인 근로자 3명을 채용했다. 5명의 상근 직원이 있지만 식목철 밀려드는 주문에 맞춰 묘목을 출하하는 데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촌 주민들의 고령화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가들이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신규로 배정된 농·축산업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는 5650명으로 지난 1월 2431명이 고용 허가를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이는 당초 계획한 3950명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4월에 추가로 1700명을 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는 6000명의 외국인이 농가에서 일손을 도왔다. 베트남·캄보디아 등 농업 이주 노동자들은 최저 임금을 보장받고 최장 3년 동안 농가에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신청자격이 농업인들의 농업정보인 ‘농업경영체 등록 확인서’로 바뀌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농업경영체 등록 자격은 1000㎡ 이상의 농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연간 농산물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 연간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을 받고 힘든 농사일을 하다 그만두고 제조업 쪽으로 몰래 이직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농촌에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전국 최대 묘목 산지인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는 100여 곳의 농원이 밀집해 있다. 요즘 같은 식목철에는 힘센 남자 일손이 필요한데 일당 10만∼12만원에도 일할 사람이 없다. 정부가 고용을 허가한 외국인 근로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대부분 인력소개소를 통해 일당제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편이다. 이 지역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묘목을 수확하거나 운반하는 일을 하고 하루 7만5000원을 받는다. 소개비와 식비 등을 합칠 경우 농장주는 하루 10만원을 주고 외국인을 쓰는 것이다.

표고버섯 주산지인 영동군 상촌면의 농가들도 영농철을 맞았으나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표고농사에 쓸 참나무를 산에서 벌채한 뒤 일정한 크기로 토막 내 옮기는 작업이 고되다 보니 하루 15만∼17만원에도 선뜻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일손 확보가 힘들자 농민들은 품앗이 형태로 작업하고 있다. 참나무 토막에 버섯의 균사를 접종하는 단순 노동은 주로 60∼70대 할머니들의 몫이 됐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2만6446㎡의 하우스 농사를 짓는 이모(40)씨는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가 지난 3월 단속에 잡혀가면서 일손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김모(43)씨도 4명의 외국인근로자가 단속으로 잡혀가자 시설채소 출하에 애를 먹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농촌 주민의 고령화로 갈수록 인력난이 심해진다”며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을 돕기 위해 3월부터 시·군청에 일손 돕기 창구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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