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밑돌며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장밋빛 진단과는 달리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아직도 미약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더욱 거세진 추가 금리 인하 요구에 오는 9일 이달의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6일 미국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 증가폭은 12만6000명을 기록해 2013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24만5000명)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초 제기됐던 6월 인상설은 물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9월에도 어렵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고용지표 발표 후 보고서를 통해 첫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대로 9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취약한 고용지표는 금리 인상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B투자증권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이 9월보다는 12월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다”며 “저물가 압력과 달러 강세가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을 더욱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면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낮출 시간을 벌게 된다. 한은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급격한 외자 유출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는 것을 보고 한은의 대응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장은 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분석이 많지만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미 올해 경제전망을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진다면 추가 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에 반영될 시간도 충분해 보인다.
국내 경기는 여전히 본격적인 회복세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최근 일부 지표가 완만한 경기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1∼2월 광공업생산 및 출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하고 재고는 증가해 생산활동이 다소 위축돼 있다고 밝혔다. 민간소비도 2월 중 일시적으로 크게 반등했으나 1∼2월 평균으로는 지난해 월평균 증가율보다 낮았다. 지난달 수출이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교역상대국에서 모두 감소하는 등 부진을 이어가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KDI는 설비투자가 기계류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건설투자도 주택 부문의 회복으로 감소폭이 점차 줄어드는 등 투자 부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과 금리 인하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美 고용 부진에… 금리인상 9월 이후로 늦출 듯 시간 벌게된 한은… 9일 선택은
입력 2015-04-07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