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6일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300명을 4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문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인구수 대비 의원 비율이 낮고, 정수를 늘려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으며 여성 30% 비례대표 보장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의원 수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뜬금없다. 문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가적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고심해야 할 때에 왜 느닷없이 의원 정수 문제를 꺼내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서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자고 언급한 바 있다. 3년 만에 입장이 바뀐 사연도 궁금하다.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핵심 근거는 비례대표 확대에 있다.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을 연동시킴으로써 다양한 세대와 직능·계층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비례대표제의 부정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는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검은돈’이 오가고, 줄세우기가 난무했던 암울한 장면들이 기록돼 있다.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면서 지역구 의석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궁색하다. 지역구 의원들의 환심을 사 국회에서 ‘증원론’을 관철시키려는 꼼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앙선관위가 얼마 전 제시한 것처럼 비례대표를 확대하더라도 지역구 의석을 축소해 의원 정수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헌법이 의원 정수를 200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300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일각에선 의원 세비를 20%가량 삭감하고, 운전비서 지원 등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권을 폐기하면 증원하더라도 비용 동결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수치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보여준 의원들 행태다. 19대 국회에서도 장외투쟁과 식물국회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의원들 기득권 포기는 여론에 등 떠밀려 시늉만 낸 정도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민들을 상대로 의원 수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압도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수를 100명이나 늘리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증원론을 펴기에 앞서 고비용·저효율 국회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만들지, 일류 국회로 자리매김하려면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옳다. 염치 있는 정치를 보고 싶다.
[사설] 국회의원 증원 주장,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다
입력 2015-04-07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