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거 만행 인정하는 日 시민사회와 왜곡하는 아베정부

입력 2015-04-07 02:37
70년 전 미군 포로 8명을 산 채로 해부해 실험했던 일본 규슈 대학 의학부가 당시 저질렀던 만행을 속죄했다. 일제는 패전 석 달 전 격추된 미군 B-29 폭격기 승무원 8명을 비밀리에 규슈제국대(당시)로 끌고 갔다. 규슈대 의료진은 포로의 한쪽 폐를 적출하거나 혈관에 바닷물을 주입했고, 이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군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참여 의료진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규슈대 의학부는 뒤늦게나마 반성을 시작했다. 지난주 캠퍼스 안에 의학역사관을 만들면서 생체 해부 만행 기록물들을 전시했고 숨진 포로들을 추모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중국 만주의 731부대 외에 본토에서도 생체실험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뒤늦게라도 민간 차원에서 전쟁 중 만행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모습은 평가할 만하다. 규슈대 동창회를 중심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교수회의에서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아베 정권이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위안부나 독도 문제 등 과거 만행 불인정과 과거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데 비해 그나마 일부 시민사회의 건강한 인식이 돋보인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독도 문제 왜곡도 모자라 조선인들을 징용해 강제노동을 시켰던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7개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하시마는 600명을 징용해 지하 700m 깊이에서 하루 12시간씩 참혹한 강제노동을 시켰던 곳으로 ‘지옥도’라고도 불리던 곳이다. 28명이 죽었다. 하시마를 비롯해 다카시마 탄광, 미이케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곳에서는 5만7900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돼 94명이 죽고 5명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직시하는 시민사회를 본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은 진실을 가리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