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공기청정기가 ‘혼수 가전’이 되는 것입니다. 점점 그 꿈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공기청정기를 연구해 온 LG전자 이성화(58) 수석연구원은 공기청정기 ‘장인’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환경 문제로 대두되면서 공기청정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지만 이 수석연구원이 처음 연구를 맡던 30년 전만 해도 공기청정기는 생소한 제품 영역이었다. 입사 직후 공기청정기 사업부에 배정받았을 때 1주일을 “안 하겠다”며 버텼을 정도라고 한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난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가정용 공기청정기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었을 정도로 생소했다”면서 “오늘날 공기 질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사각형 일색인 공기청정기 시장에 지난해 말 LG전자는 ‘몽블랑’ 등 원형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동그란 모양으로 레드닷(reddot) 디자인상을 받은 이 제품들은 LG전자의 필터와 팬(fan), 유로(流路) 기술 등이 뒷받침됐기에 원형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공기청정기에 탈취, 알레르기 물질 제거, 집진 등 3가지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몽블랑은 공기청정기 중 국내 최초로 에너지효율 1등급을 달성했고 환경부 ‘탄소중립제품’ 인증도 받았다.
공기청정기의 최초 모델은 이 수석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전기집진방식(전류를 흘려 집진판으로 공기를 정화)인 ‘플라스마’ 방식이었다. 그러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던 한 주부 고객의 클레임을 계기로 ‘필터’ 연구가 시작됐다. 주부 고객의 불만은 공기청정기를 사용한 이후 된장찌개 냄새는 완벽하게 제거됐지만 고등어 냄새는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이 수석연구원은 “플라스마 방식은 수용성 냄새를 잡아주긴 하지만 고등어의 경우 기름이 튀어 천천히 증발되기 때문에 냄새가 다시 나는 문제가 있었다”며 “플라스마의 한계를 느껴 탈취필터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공기청정기를 연구한 그는 어느새 냄새 전문가가 됐다. 냄새를 없애려면 냄새 성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나는 특유의 땀 냄새와 반찬·찌개를 흘릴 때 발생하는 냄새, 담배 냄새 등을 분석해 대표치를 찾아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냄새뿐 아니라 알레르기·스모그 원인 물질과 냄새를 동시에 제거하는 각종 필터를 개발해 제품에 적용했다.
초미세먼지(PM 2.5)가 심할 땐 창문을 닫는 것만으로도 괜찮을까. 이 수석연구원은 “미세먼지(PM 10)와 달리 초미세먼지는 문을 닫아도 유입 속도만 늦출 뿐이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흡기 질환을 겪는 소비자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 집단시설에서는 공기청정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인터뷰] “고등어 냄새 안빠진다” 주부 클레임에 탈취필터 연구 시작… LG전자 이성화 수석연구원
입력 2015-04-07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