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에는 두 종의 나무가 등장한다. 나라꽃 무궁화와 철갑을 두른 나무, 소나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 수목 가운데 가장 많은 37%를 차지하는 대표종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산림청의 ‘가장 좋아하는 나무’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6%가 소나무를 꼽았다. 은행나무가 8%로 2위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의 소나무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산다. 조상들은 수백년을 살면서 늘 푸른 소나무를 충절의 표상으로, 십장생의 하나로 귀하게 여겼다. 그래서 정2품 벼슬을 받기도 하고, 자기 명의 땅이 있어 지금까지 50년 넘게 세금을 내는 경북 예천의 600여년 된 소나무 석송령(石松靈)도 있다. 한국인에게 소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다. 영물이다.
정치권에서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소나무 국목 지정을 위한 결의안’을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나무를 국목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는 17대, 18대 국회 때도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재선충병의 적극적 방재를 유도해 소나무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고, 소나무를 통해 민족정신을 되새기고 외세 침략과 고난에도 굳건히 견뎌온 민족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을 비롯한 17개 광역자치단체는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시·도목을 지정, 상징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전, 세종시 두 곳이 소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의 습격으로 지금 전국의 소나무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설상가상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소나무 서식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러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애국가 가사를 바꿔야 하는 비극이 없도록 소나무 보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國木
입력 2015-04-0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