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14) 빌리 조엘의 영화

입력 2015-04-07 02:20
조엘이 만든 역사 공부용 노래 앨범

갖가지 영화 관련 리스트들이 나돈다. 식상할 정도다. 그러나 특이한 것도 있다. 가수 빌리 조엘이 꼽은 ‘역사에 남을’ 영화 목록. 한때 ‘역사 선생님’이 꿈이었다는 조엘은 젊은 세대에게 역사공부를 시키기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우리가 불 지르지 않았어(We Didn’t Start the Fire)’.

조엘이 출생한 1949년부터 노래가 발표된 1989년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신문 헤드라인 식으로 간명하게 요약하고 있는 이 노래는 역사 공부용으로 손색이 없다. 지나치게 미국적인 사건도 많이 들어가 있어 ‘미국사=세계사’라는 미국인의 왜곡된 대국의식을 엿보게 하는 측면만 빼면.

조엘이 나름대로의 ‘역사 교과서’에 집어넣은 영화는 4편이다. ‘콰이강의 다리’ ‘벤허’ ‘사이코’ ‘아라비아의 로렌스’. 잘 알려진 명작들이지만 설명을 덧붙이자면 ‘콰이강의 다리’는 인간의 용기와 책임감에 관한 한 최고의 텍스트를 구축한 작품이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한마디로 사막에 관한 한 사상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한 작품이다.

‘벤허’는 할리우드 사극 블록버스터의 대표선수 격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에서 그것을 능가할 사극은 여태껏 나오지 않았다. 어떠한 10대 걸작영화 목록에서든 빠지지 않는 ‘사이코’는 세월이 흐를수록 성가가 높아지는 수작. 이렇게 볼 때 그 많은 영화 가운데서도 그런 ‘백미’를 골라낸 조엘의 안목을 칭찬할 수밖에.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