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서 만난 김인천(47) 답십리교회 소속목사는 침대에 누워 박헌홍 정금교회 목사로부터 안마를 받고 있었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을 앓는 김 목사는 혼자 움직이기도, 말을 정확히 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주송자(45) 사모는 김 목사가 안마를 받을 동안 곁을 지키며 수발을 들었다. 혀 근육에 마비가 온 김 목사가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발음으로 말을 했지만 주 사모는 이를 알아듣고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주변 사람들이 남편 말을 어떻게 알아듣느냐고 묻는데 저도 감으로 이해해요. 모르겠으면 재차 물어서 내용을 파악하죠. 처음엔 뜻을 알아내기 너무 힘들어 계속 묻다가 오해가 쌓여 다투기도 했지만요.”(주 사모)
1997년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김 목사는 교단 본부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기관목사로 사역했다. 그러던 2010년 어느 날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젓가락질조차 힘들어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몸에 마비 증세가 보이자 2011년 의료진은 루게릭병 판정을 내렸고 1년 뒤엔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내렸다.
온몸이 점차 마비돼 죽음에 이르는 가혹한 현실에 절망한 그는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그런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한 건 기도였다.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로 떠난 중국 여행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소명을 재확인했다. 총회 본부 재직 시절 북한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던 다짐을 중국에서 다시 떠올린 것이다. 북한접경지역인 삼합 지역을 방문하던 그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마음’이란 기도문을 지었다. 김 목사는 이 기도문을 이듬해 열린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에서 낭독해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소명을 다시 깨닫고 돌아온 김 목사는 활력을 되찾았다. 뜻이 맞는 목회자와 함께 경기도 일산에 ‘주하나교회’를 개척해 북한 선교의 필요성에 대해 설교했다. 하지만 전신마비가 계속 진행돼 목회활동을 이어가긴 힘들었다. 2013년 목회를 접은 그는 현재 병원 치료와 선배 목회자의 안수기도를 받으면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김 목사는 전적으로 주 사모의 도움을 받아 식사 세수 등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비는 그가 전도사 시절 목회한 답십리교회에서 받는 후원금과 국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남편뿐 아니라 가족 모두 하나님 은혜로 살 수 있었어요. 루게릭병 판정 이후 방황했던 두 아들도 지금은 시간 날 때마다 아버지를 보살펴 줘요. 십시일반 도와주시는 주변 분들도 계시고요. 다만 제가 체력이 부족해 남편을 더 많이 도울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지요. 바라기는 언어능력이 회복돼 다시 강단에서 말씀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동하는 건 제가 도우면 되니까요.”(주 사모)
인터뷰를 마친 뒤 김 목사는 안구 컴퓨터로 작성한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냈다. 그는 투병 생활에 대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 병은 생각보다 잔인합니다.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가 기약 없이 계속되니까요. 그러나 병을 앓으면서 그간 주님의 사랑을 누린 것에 대한 감사를 배우고 느낍니다. 스스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절절히 배웠고요. 의지조차 내 힘으로 갖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감사하는 내 마음’에 있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서울 답십리교회] 루게릭병으로 목회 중단… “다시 강단에 서고 싶어요”
입력 2015-04-07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