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위협하는 재주꾼 신예감독… 1980년대 출생한 20∼30代 기발한 작품으로 실력 입증

입력 2015-04-08 02:59

한국영화계가 젊어지고 있다. 1980년대에 태어난 20∼30대 젊은 감독들이 재기발랄한 작품으로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던 80년대 출생 감독들은 2000년대 들어 영화를 공부하면서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젊은 세태에 앵글을 맞춘 영화를 주로 제작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배우 또는 감독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이 많다. 지난해 주목 받은 신진 감독은 85년생 이호재 감독과 87년생 김태용 감독이 대표적이다. 연극배우 이호재와 동명이인인 이호재 감독은 2006년 영사기사로 근무하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단돈 80만원과 카메라 1대만 들고 무작정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청년 4명의 히치하이킹을 담아 호평 받았다.

중국 배우 탕 웨이와 결혼한 김태용 감독과 동명이인인 김태용 감독은 장편 데뷔작 ‘거인’으로 지난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얼어붙은 땅’(2010)으로 제63회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을 수상한 김 감독은 절망을 먹고 거인처럼 자란 주인공 영재를 통해 차마 버릴 수 없는 가족, 몹시 아팠던 청춘의 이야기를 다뤘다.

올해도 젊은 감독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89년생 한지원 감독이 지난 1월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생각보다 맑은’을 선보였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서울독립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여성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한 감독의 대표작을 한데 모은 것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연소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또 83년생 홍석재 감독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을 수상한 ‘소셜포비아’를 지난 3월 개봉했다. 한 여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네티즌들의 악플을 소재로 한 영화로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배우 이병헌과 동명이인인 80년생 이병헌 감독은 ‘스물’로 개봉 10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힘내세요, 병헌씨’(2012)로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이 감독은 지난해 각각 흥행에 성공한 ‘오늘의 연애’ 각본을 쓰고 ‘타짜-신의 손’을 각색한 재주꾼이다. 2013년 ‘출출한 여자’로 데뷔했는데 두 번째 영화로 대박을 터트렸다. 이들 신예감독이 국내 영화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