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 액션, 태풍 흥행… 개봉 5일만에 100만 관객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입력 2015-04-08 02:57
할리우드 액션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 핵심 멤버 브라이언 오코너 역을 맡은 폴 워커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장면. 워커는 영화 촬영 중이던 2013년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UPI코리아 제공

사실 말도 안 된다. 자동차가 비행기에서 공중 낙하하고, 고층 빌딩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 벼랑에서 떨어져 내리는 데도 운전자는 멀쩡하다. 영화니까 그렇지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정말 있을 수 있을까. 빡빡머리 배우 빈 디젤 주연의 ‘분노의 질주: 더 세븐’(감독 제임스 완)은 “이래도 안 볼래?”라며 작심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1년부터 선보인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시리즈 ‘분노의 질주’는 6편까지 전 세계적으로 23억8000만 달러(약 2조508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북미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지난 3일 개봉된 7편도 벌써 3억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국내에서는 1일 개봉된 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질주의 가속도가 엄청나다.

흥행 2위 한국영화 ‘스물’과 하루 관객 차이가 10만 명이 넘고, 예매점유율도 ‘스물’의 15%에 비해 40%를 웃돌며 압도하고 있다. 평점은 관람객이 9.31, 네티즌이 9.31로 후한 점수를 주었다. 기자·평론가도 7.08로 나쁜 편이 아니다. 주인공과 악당이 치고받고, 자동차끼리 충돌하고, 총기를 난사하다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뻔한 내용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화려한 카레이싱과 섹시한 레이싱 걸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7편은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넘어 아예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카를 통해 기대 이상의 쾌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시리즈 사상 최고 제작비인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일본 도쿄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을 넘나들며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압권은 “차는 날지 못 한다”는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장면이다. 화물 수송기에서 팀원들이 슈퍼카를 탄 채 스카이다이빙하는 장면은 애리조나의 3600m 상공에서 실제로 차를 떨어뜨려 촬영했다. 시속 200㎞가 넘는 속도로 낙하하는 슈퍼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세상에 7대밖에 없다는 최고급 자동차 라이칸 하이퍼스포트가 고층 건물 3채를 통과하는 장면에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스토리는 전편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전과를 사면 받고 총알 세례가 그리울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되찾은 도미닉(빈 디젤)과 팀원들 앞에 새로운 위기가 닥친다. 전편에서 다친 동생의 복수에 나선 특수 암살부대 출신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의 무지막지한 등장으로 도미닉의 집은 순식간에 폭파되고 경찰관 홉스(드웨인 존슨)는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미닉은 다시 한번 팀원을 모으고, 이 과정에서 베일에 싸인 정부 조직의 리더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와 손을 잡는다. 영화는 당초 지난해 7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전직 경찰이자 도미닉의 동생 미아(조다나 브류스터)의 남편인 브라이언 오코너 역을 맡은 폴 워커가 2013년 11월 불의의 사고로 숨지면서 촬영이 중단돼 개봉이 늦어졌다.

‘분노의 질주’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자 극중 뛰어난 운전 실력을 선보인 워커는 아이러니하게도 지인의 차를 타고 가다 자동차 사고로 숨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워커의 사망으로 촬영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제작진은 고인을 기리고자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미처 촬영하지 못한 일부 장면은 워커의 동생이 대신하고 그 위에 워커의 얼굴을 입혀 완성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실제로도 형제처럼 지냈던 워커에 대한 ‘분노의 질주’ 팀의 작별 인사와도 같다. 10여 년간 활약한 워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코끝이 찡해진다. 빈 디젤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애잔하다. 통쾌한 액션과 감성적인 가족애가 관객몰이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15세 관람가. 137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