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작은 자’와 함께하는 기독영화축제… 세상의 아픔 위로

입력 2015-04-08 02:52
영화 ‘디프렛’ ‘학교 가는 길’의 스틸 컷(왼쪽부터). 아이들의 아픔과 꿈을 추적하는 영화들이다. SIAFF조직위원회 제공
영화 ‘천국의 속삭임’ ‘If You’의 스틸 컷(왼쪽부터). 아이들의 아픔과 꿈을 추적하는 영화들이다. SIAFF조직위원회 제공
따뜻한 우화와 같은 개막작 ‘모두의 천사 가디’, 자연과 인간이 대비되는 ‘옥수수 섬’, 고해성사로부터 시작되는 예기치 못한 재앙 ‘캘버리’,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치열한 논쟁이 담긴 ‘신은 죽지 않았다’ 장면(위부터). SIAFF조직위원회 제공.
영화제 홍보대사 배우 김유리. SIAFF조직위원회 제공.
“생명과 빛을 필요로 하는 ‘작은 자’와 함께.”

국내 최대 크리스천 영화축제 제12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Seoul International Agape Film Festival, SIAFF)가 23∼30일 ‘생명, 빛, 아이들’을 주제로 서울 마포구 필름포럼과 창천교회에서 열린다. 14개국 5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5편은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우리가 돌보고 키워야할 ‘다음 세대’인 청소년의 꿈과 아픔, 학교와 가정을 주제로 한 영화가 20여 편을 차지한다.

임성빈 SIAFF 조직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는 세월호 직후였고 올해는 세월호 1주기 후 영화제가 진행된다. 아픔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며 “우리 사회의 기반에는 ‘돈’이 아니라 ‘생명’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처럼 생명과 빛이 필요한 ‘작은 자’들을 사랑하자. 이것이 성경의 핵심이자 우리가 모두 공감할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배혜화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테마 ‘생명 빛 아이들’은 기독교적 의미도 담겨 있지만, 영화라는 예술 자체가 빛과 꿈의 예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화제 상영편수는 지난해 24개국 88편에 비해 40% 가량 줄었다. 임세은 프로그래머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빛을 비춘다는 주제 의식이 담긴 작품과 생명과 빛으로 오신 부활의 예수님이 연상되는 영화를 엄선, 내실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아민 도라 감독의 ‘모두의 천사 가디’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작이다. 레바논 작은 해안 마을, 이웃들은 지적장애아 가디를 악마라며 두려워한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 레바에게 떠나라고 한다. 레바는 아들에게 “넌 수호천사”라고 말한다. 이웃들에게도 가디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왔다고 말한다. 거짓말은 점점 진실로 변화된다. 구원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제 고유 섹션 ‘아가페 초이스’에서는 ‘옥수수 섬’ ‘디프렛’ 등 8편을 만날 수 있다. 게오르게 오바슈빌리 감독의 옥수수 섬은 옥수수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와 손녀가 겪는 일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탐욕을 대비시킨다. 자연 풍경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디프렛은 에티오피아 소녀 히루가 살인범으로 재판받는 과정을 통해 중동의 남성중심주의를 고발한다.

기독교 가치를 담은 ‘미션 초이스’에는 ‘신은 죽지 않았다’ ‘캘버리’ ‘이다’ 등 7편이 준비됐다. 신은 죽지 않았다는 대학 신입생 조쉬와 무신론자 철학교수 제프리의 흥미진진한 ‘신학 대결’을 보여준다. 무신론 논쟁의 영화판이다. 캘버리는 한 교인의 고해성사로부터 빚어지는 제임스 신부의 고통과 혼란으로부터 신앙의 의미를 묻고 있다.

‘미래의 꿈, 우리의 학교’라는 제목이 붙여진 스페셜 섹션Ⅰ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나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주목할만한 영화 5편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 가는 길’은 학교에 가고 싶은 아프가니스탄의 여섯 살 소녀 박타이가 겪는 에피소드이다. 달걀을 팔아 학용품을 사는 장면에 슬며시 웃음이 나다가 박타이가 소년들의 전쟁놀이 한 가운데 서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스페셜 섹션Ⅱ은 가족과 아이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영화를 만들어온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 꾸몄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모른다’ ‘또 하나의 교육’ 5편이다. 배우 유지태와 영화평론가 김성욱은 24일 필름포름 1관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올해는 해외영화제에 소개된 국내 우수한 단편을 소개하는 ‘해외영화제 단편특선’ 코너가 있다. 성장기 청소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 ‘낯선 현실’, 생명과 안식이라는 기독교적 관점을 담은 ‘쉼과 구원’을 주제로 각각 4편씩 상영한다. 기독 영화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차원에서 꾸준히 기독영화를 제작해온 권순도 감독의 근작 ‘소녀의 기도’ ‘독도의 영웅’을 특별 상영한다.

300여 편이 응모된 국제단편 경선에서 예심을 통과한 18개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 중 본심과 관객투표로 수상작을 정한다. 대상인 아가페상 1편은 상금 500만원, 우수상 1편은 상금 200만원, 관객상과 배우상 각 1편에는 상금 50만원이 주어진다. 심사위원은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Darcy Paquet)과 김성욱, 영화감독 이무영, 촬영감독 엄혜정 등 4명이다.

SIAFF는 시민단체와 함께 하는 특별행사를 준비했다. 초록리본도서관 박현홍 대표는 26일 청소년 영화 ‘시선 1318’을 관람한 뒤 가수 강성훈과 뮤지컬배우 정영주를 초대해 청소년들과 대화한다. 국제엠네스티는 27일 영화 디프렛 관람 후 여성 인권에 대해 토의하고, 기아대책은 25일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상영 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물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영화 ‘천국의 속삭임’ 상영 시 시각 장애인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설을 제공한다. ‘브루클린’ 상영 후에는 기획사 최게바라 최윤현 대표로부터 그의 좌충우돌 인생담을 듣는다. 최 대표는 기발한 문화 사업으로 ‘문화계 서태지’라 불린다. 영화제는 거리에서도 이어진다. 18일 오후 1∼4시 신촌 연세로에서 밴드 한나’s kitchen 등이 사랑을 테마로 한 재즈 공연을 한다.

2003년 ‘서울기독교-영화축제’로 출발한 사랑영화제는 2013년 서울국제사랑영화제로 이름을 바꿔 영화와 관객의 폭을 넓혀 왔다. 영화제는 23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개막한다. 필름포럼에서 30일 오후 7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국제단편경쟁부문과 사전제작지원부문 ‘골고다의 방’ 시상식이 있다. 영화제 홍보대사는 드라마 ‘킬미힐미’에 출연한 배우 김유리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