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지난달 17∼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순위에서 MBC 예능 ‘무한도전’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집계 결과를 보면 ‘무한도전’은 그 주 방송 프로그램 중 시청률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전국 기준 시청률 13.5%로 집계돼 예능 분야의 KBS ‘해피선데이(15.0%)’나 SBS ‘정글의 법칙 위드 프렌즈’(13.8%)에 못 미쳤다.
◇통합 시청률 도입에는 한 뜻…언제 시작될지는 미지수=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 터줏대감 지상파까지, 브라운관이라는 전쟁터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인다. 방송사들은 오늘도 ‘시청률 동시간대 1위’ ‘시청률 2049 계층 1위’ ‘선호도 1위’ 등의 이름표를 각기 내걸고 프로그램을 홍보한다. 시청률과 선호도 사이에서 시청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행 TV 시청률은 PC, 모바일 등 다각화된 대중의 시청 성향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한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 통합시청률 시범조사를 해 시스템 구현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시간 TV와 스마트폰, 태블릿 PC, 주문형비디오(VOD) 시청률이 집계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7일 “하반기 6개월간 전국 5000명을 대상으로 시범조사 한 결과를 분석한 후에 정식 조사 일정과 규모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정식 조사가 언제 시작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시범조사 시행 3개월을 앞두고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큰 걸림돌은 사업자간 의견차다. 매체별 시청방식과 몰입도 등이 다르게 나타나다 보니 기준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방통위가 VOD 시청률 산출을 방송 후 7일간 기록으로 집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논란의 한 가닥이다. 현재 IPTV VOD는 지상파 프로가 방송 후 3주, 종편이 1주 후 무료로 상영할 수 있게 돼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정확한 지표를 위해 자체적으로 고군분투한다.
◇방송사는 스스로 길찾기=MBC는 지난달 16일 통합시청지수 ‘캐미(CAMI·Cross-platform Audience Measurement Index)’ 시스템을 내놨다. ‘캐미’는 본 방송일 포함 4주간 본방송, 지상파·케이블채널 재방송, IPTV, 디지털케이블 TV 다시보기 이용건수, PC와 모바일 시청자수를 합산한 수치로 시청 행태를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MBC 관계자는 “통합시청률 상용화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하게 됐다”며 “방통위 통합시청률은 패널조사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캐미는 패널조사(TV시청률)와 전수 데이터(PC, 모바일 시청과 VOD)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추후 비교 자료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vN, Mnet 등 17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CJ E&M의 경우 닐슨코리아와 같이 2012년부터 CPI(Content Power Index)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인터넷 기사 구독자수와 포털사이트 검색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버즈량을 데이터로 환산, 표준점수를 낸 뒤 매주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지난달 16일부터 22일 기준 CPI 1∼3위는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 ‘무한도전’,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순이었다. 같은 기간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집계 1∼3위인 KBS 일일극 ‘당신만이 내사랑’, 주말극 ‘파랑새의 집’,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CPI에서 1위를 차지한 ‘앵그리맘’은 시청률이 8.8%로 집계돼 41위에 그쳤다.
CPI가 종편 프로그램을 포함하지 못하고, 부정적 내용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2049 시청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광고업계에서는 이 수치를 비중 있게 다룬다. CJ E&M 관계자는 “시청률 보조 지표로 활용하는 만큼 시청률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시청률로만 얘기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CPI 자료는 광고주와 학계, 언론사에 제공해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시청률 선호도] 브라운관 진정한 승자 언제쯤 가려질까
입력 2015-04-08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