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오해 다 풀었다” 朴 “선당후사”

입력 2015-04-06 03:52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 정동영 전 의원이 5일 부활절 미사가 열린 서울 관악구 서원동성당에서 우연히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 대표는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5일 밤 전격 회동했다.

문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 지원을 요청했고, 박 전 원내대표는 선거 지원에 반대하는 동교동계와 논의해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표는 오전에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회동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취소됐다. 하지만 권 고문은 강력한 선거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권 고문과 박 전 원내대표가 동교동계 내부 설득 작업을 거쳐 본격적인 재보선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는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40분간 만찬 회동을 가졌다. 2·8전당대회에서 격돌하면서 상당한 앙금이 쌓였지만 야권 분열로 재보선 패배 위험성이 커지자 긴급 회동했다.

회동 후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문 대표는 간곡히 도움을 청하며 그간의 오해를 다 풀었다고 밝혔으며, 박 전 원내대표도 권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잘 의논해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동교동계가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내용이며 그 심각성을 설명했다”며 “권 고문 등 몇 분과 협의해 명분 있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정리해 연락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온 박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선거 지원 의사를 표명하면서 문 대표는 재보선 전략을 짜는 데 한시름 놓게 됐다. 광주 서을, 서울 관악을 모두 호남 표심이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동교동계를 비롯한 호남 표심이 향후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앞서 권 고문과의 회동이 취소될 때만 해도 문 대표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회동 명칭과 장소, 참석자들이 수시로 바뀌다가 아예 불발되는 황당한 모양새였다. 새정치연합은 “일정 조율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넘어 친노무현(친노) 진영을 향한 동교동계와 비노 진영의 불편한 감정,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원로와의 대화’라는 회동 형식이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로 바뀌는 과정에는 권 고문의 뜻이 반영됐다. 권 고문은 원로와의 대화 계획을 발표한 뒤 3일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뭐 하러 회동에 나가느냐”는 비판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문 대표와 권 고문 측은 참석 범위를 넓혀 부담을 덜어보려 했다가 오히려 탈이 났다. 문 대표는 2일 원탁회의, 5일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를 통해 재보선을 앞두고 호남과 비노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 했으나 잇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 호남이 문 대표를 돕지 않는다는 인상이 굳어질 수 있었으나 박 전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문 대표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안철수 의원은 경기도 성남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성남중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