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비용 취업 준비 과정에 새로운 필수요소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도입됐다. NCS란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체계적으로 표준화한 것’으로 정의된다. 국가가 직종별로 채용 기준을 제시해 과도한 스펙 쌓기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소방관이라면 불 끄고 인명 구조하는 능력을 위주로 채용하는 식이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올해 130개 공기업 등에서 3000여명을 NCS를 통해 채용하고, 민간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예고하자 취업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공기업 지원자 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라며 혼란스러워하고, 발 빠른 취업 학원들은 수백만원대 ‘NCS 과정’을 개설해 수험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열 번째 취업 스펙 ‘NCS’=‘학문의 전당’ 대학은 이미 ‘취업 독서실’처럼 된 지 오래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 서울의 유명 사립대 도서관. 운동복과 슬리퍼 차림으로 꼭두새벽에 나왔다는 한 남학생은 종합개인재무설계사(CFP) 서적에,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묶은 여학생은 토익 서적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대기업 인·적성 서적, 각종 금융관련 자격증 준비 교재, 토익·토플 책들을 쌓아놓은 학생들로 460여석 중 절반가량 채워져 있었다. 중간고사 시즌이 임박했지만 전공 서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생들은 전공 공부는 ‘스펙의 아주 작은 부분’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NCS의 등장에 당혹해하고 있다. 공기업 입사시험을 준비한다는 연세대 4학년 김모(29)씨는 “입시 위주로 초·중·고교를 보내고 대학에서 학점과 스펙을 준비했는데 직무능력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기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기업 준비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NCS라는 짐이 하나 더 생겼다” “토익·토플은 계속할 수밖에 없다” “NCS 홈페이지를 봐도 내용이 없다. 도대체 어디서 준비하라는 것인가”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학생들은 다시 ‘NCS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서울 종로의 한 취업학원은 NCS 과정을 개설하고 2개월에 100만원, 6개월에 210만원을 받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에겐 NCS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다. 혼자서는 힘든 게 현실”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채용한다는 소식에 대학생들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국 대학들을 순회해 정보 부족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 자리 더욱 좁아지는 순수학문=이런 혼란과 불안은 ‘대학 교육’과 ‘취업 준비’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NCS 교육과정을 전문대에 도입해 왔다. 현재 70여개 전문대에 NCS 교육과정이 있지만 4년제 대학은 전무한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4년제 대학은 손대지 못했다”라고 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교육과정에 적용한 대학은 아직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직무’를 알아서 배워 일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는 “현재 일부 공기업에 도입했을 뿐 민간으로 확산되려면 시간이 있으므로 앞으로 차분하게 준비하면 된다”고 말한다. 또 대학 교육과정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 학생이라면 학점을 따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실무를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인문학 등 취업에 불리한 전공에 대한 대책은 별로 없다.
교수 사회의 경직성도 문제다. 대학의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건 학생들의 학습·취업 수요가 아닌 교수가 주로 공부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독어독문과의 교수가 괴테를 전공했다면 해당 교수의 제자들은 괴테 수업 위주로 듣게 된다. 대학 교육과정은 교수 교권의 영역이다. 이에 대한 변경 요구는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한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4년제 대학에 NCS를 적용시키려면 교수사회의 강력한 저항을 뚫어야 할 것”이라며 “NCS가 결국 학생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교수들도 지금처럼 경직된 자세라면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도경 박세환 기자 yido@kmib.co.kr
4월6일 짜잔뉴스입니다.원래 9개 취업스펙이 있었는데정부 때문에 NCS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NCS란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요구되는 직무능력을 체계적으로 표준화한 것.이라네요. 말만 들어도 머리 깨집니다.http://bit.ly/1FegMwE
Posted by on 2015년 4월 6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