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복지누수 막으려다 ‘복지 사각’ 양산 우려

입력 2015-04-06 02:30

정부의 복지지출 축소 방침에 따른 논란이 뜨겁다. 담뱃세 인상 등으로 서민증세 비판을 받은 정부가 복지비용 축소로 복지 혜택마저 줄인다면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던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 발굴과 물가 관리를 위해 운영하는 모니터단 5000명을 ‘복지 누수’ 색출에 동원하기로 했다.

세수 확충과 복지지출 문제는 지난해부터 뜨거운 쟁점이다. 지난 3년간 세수결손이 25조원을 넘어서는 등 곳간은 비어가고 있는데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도 불가피한 처지다. 서민증세 비판을 감당하면서까지 담뱃세를 인상하고, 근로소득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꿨지만 재정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인해 매년 늘고 있는 복지 지출을 손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우선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으로 복지 대상자의 자격정보 관리를 강화해 부적격자를 탈락시킴으로써 5500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70곳을 대상으로 중앙정부와 유사한 복지사업이나 과도한 선심성 복지예산 집행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행정자치부는 ‘생활공감정책 모니터단’(4036명)과 ‘주부 물가 모니터단’(723명)의 올해 주요 활동 방향을 복지재정 누수 방지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로 전환한다고 5일 밝혔다. 생활공감정책 모니터단은 원래 교육 교통 문화 복지 고용 안전 세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해 정부에 제안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조직됐다.

그러나 재정난 극복을 위해 화살을 엉뚱하게 취약계층에게 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산이 많은데도 속이고 부정 수급을 하는 이들을 걸러내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복지재정 절감의 주요 대상이 빈곤층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부정 수급자 적발 실적을 채우려 골몰하다 보면 ‘송파 세 모녀’ 같은 취약계층 보호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초수급자 자격 관리를 강화하면서 수급자를 역대 최저인 132만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도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조치는 미흡했다. 참여연대는 “부적정 수급 감시 강화는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중복 사업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중복 사업은 기존 제도가 부실해 이를 보충하고자 생긴 경우가 많고, 고령자가 많은 지자체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인데 정부에서 통합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지방자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정수급 근절,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성과가 미흡한 사업 축소 등 정부가 밝힌 재정개혁 방안은 그동안 정부가 강조하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복지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만큼 했으면 더 나올 부적격자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마른 수건을 쥐어짜 정부의 예산 감축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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